증권사, 손 안대고 코풀기?…이자 장사 덕에 실적 '호황'

국내 증권사 탑 3인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이 2분기 호실적을 나타낸 가운데 높은 이율을 적용한 신용거래융자를 통해 수익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DB

국내 주요 증권사 신용융자 금리 평균 8.4%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지난 2분기 줄줄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가운데 영업이익 신장의 배경 중 하나로 고금리 대출 수익이 꼽히고 있다.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고객에게 평균 8% 이율을 매긴 대출 수익을 통해 어려운 코로나 경제 속 '나홀로 호황'을 누렸다는 지적이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가 올해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작년 동기대비 영업이익이 47.9% 증가해 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달성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상반기대비 49.0%증가한 영업이익을 거뒀다. 당기순이익은 56.2% 늘어 분기 기준 최대를 달성했다. 키움증권은 작년 동기대비 380.09% 증가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도 연결 기준 2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94.2% 증가한 2963억 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2305억 원으로 114.3% 늘었다. 이 외에도 KB증권, 메리츠증권, 삼성증권 모두 실적이 뛰었다.

미래에셋대우는 "국내외 채권·파생상품 등 운용 수익이 늘고 국내 주식거래 규모가 큰 폭으로 확대하면서 부문별 수익이 고르게 증가했다"고 호실적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러한 결과에는 '동학개미'(코로나19로 인한 하락장세에 주식을 저점매수한 개인투자자) 열풍이 한몫 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은 더 많은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빚투(빚내서 하는 투자)또한 급증시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투자금을 증권사로부터 빌리는 신용거래 융자 잔고가 지난 14일 기준 약 16조 원에 이른다.

이에 브로커리지(거래중개) 수익 뿐 아니라 신용융자로 얻은 이자 수익이 증권사들 주머니를 두둑히 채웠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번 2분기 대출이자로만 650억 원 이상의 수익을 냈고, 한국투자증권은 364억 원, NH투자증권은 270억 원의 증권여신 이자수익을 냈다.

이자수익을 많이 거둔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금리(91~120일간 금리)를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이 8.8%, NH투자증권이 8.4%다. 미래에셋대우는 7.2%로 이자율이 가장 낮다.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은 평균치 이상인 고금리 증권사에 속했다. /더팩트 DB

이자수익을 많이 거둔 증권사들의 신용거래융자 금리(91~120일간 금리)를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이 8.8%, NH투자증권이 8.4%다. 미래에셋대우는 7.2%로 이자율이 가장 낮다. 국내 주요 증권사 20곳의 금리 평균이 8.4% 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은 평균치 이상인 고금리 증권사에 속한다.

증권사들은 신용융자 고율 이자에 있어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통상 증권사가 두어달간 주식 투자 자금을 빌려주고 받는 이자는 8~9% 수준이다. 실제로 채권과 ELS 담보대출은 연 8%정도, 매도대금 담보대출의 대출이율은 연 9% 정도다. 증권사들은 1~2%대 금리로 자금을 빌려온 뒤, 여기에 7% 수준의 가산금리를 붙여 대출해주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평균 2~3% 가량인 시중은행 대출금리와 비교했을 때도 다소 높다는 지적이다. 이달 19일 기준 주요은행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각각 1~4%, 2~5%에 형성돼 있다.

더욱이 증권사들이 원금을 받지 못할 일이 없는 '담보대출'을 해주고 있어 대출이자가 지나치게 높다는 시각이다. 증권사는 투자자가 신용매매, 미수거래 등의 계좌를 이용해 주식을 매입했다면, 주가하락에 의해 담보가치가 일정비율 이하로 하락할 때 대출자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주식을 처분해 빌려준 돈을 회수한다.

증권사 측은 신용융자 이자율의 경우, 리스크를 안고 있는 주식을 담보로 하는데다 대출이 본래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은행에 비해 이자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국내 대형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는 금리가 높을 수 밖에 없다"며 "은행과 달리 증권사는 자금을 조달해서 고객에게 다시 대출해주는 구조인데, 증권사들의 조달이자는 증권사 신용도를 고려하는 등 시중금리를 적용하지 않아 다소 높은편"이라고 설명했다.

pk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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