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호텔 예약 취소율 10% 넘어…식음료·웨딩 사업도 '빨간불'
[더팩트|한예주 기자] 여름 성수기 특수와 정부의 국내여행 장려 정책에 힘입어 반등을 꾀하던 호텔업계가 또다시 '코로나 패닉'에 빠졌다. 긴 장마가 끝나고 '늦캉스' 수요 확산 기대가 높아졌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자 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광복절 연휴 기간 동안 일부 비즈니스호텔들이 예약 취소율이 10%를 기록하는 등 고객 이탈이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지역 대형 호텔의 경우 아직은 예약 취소율이 1~2% 수준이나 웨딩홀 이용 및 예약 취소 관련 문의가 늘고 있어 향후 동향에 따라 취소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호텔업계는 국내 여행과 호캉스 열풍으로 남은 하반기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특히, 긴 장마에 제대로 놀 기회가 없었고, 코로나19 때문에 조용한 휴가를 선호하는 이들이 늘면서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호텔업계는 '늦캉스' 효과를 기대했다.
실제 예년과 달리 올해 여름은 성수기인 '7말 8초'가 지났음에도 집 근처에서 늦은 휴가를 즐기려는 고객들로 9월까지 예약이 이어졌다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신라호텔서울의 경우 지난 11일 기준 국내 고객 예약 수는 지난해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을 정도다. 정부가 9~10월 투숙 가능한 숙박 쿠폰을 100만 장 뿌리면서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여름 휴가시즌에 객실 예약률이 예년의 80~90% 회복됐는데, 다시 코로나19가 확산돼 호캉스 열기가 하루가 다르게 식어가고 있다"면서 "숙박 쿠폰 효과는 아예 보지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지난 19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자 호텔들은 기존 서비스를 제한적으로 운영하게 됐다. 가장 대표적으로 바뀐 서비스는 호텔 1층에 있는 라운지다.
롯데호텔서울·웨스틴조선호텔·더 플라자 등 서울 주요 호텔은 조식 뷔페를 중단하고 도시락이나 단품 형태로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메뉴는 주로 갈비 반상·반찬 3종류와 밥, 국으로 이뤄진 한 상이나 미국식 아침식사 등으로 알려졌다. 식음료를 판매하는 라운지는 종업원이 직접 음식을 가져다주는 개별 서비스 방식으로 변경했다.
호텔신라서울은 라운지 운영을 한 차례 중단했다가 21일부터 개별 서비스 방식으로 운영을 재개한다. 중식과 석식 운영은 완전히 중단했다.
호텔 내부에서는 이번 조치로 식음료(F&B) 사업에 직접적인 타격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올해 상반기 외국인 관광객의 감소로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호텔들은 뷔페가 주축이 된 식음료 부문의 매출은 나름대로 선방을 한 바 있다. 이에 뷔페식당이 영업을 중단한다면 호텔업계의 상황은 악화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식음료 사업과 함께 호텔의 '알짜' 수익원을 담당해 온 웨딩 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당초 호텔 예식은 코로나19 국면에서 건강 염려증이 커지면서 일반 예식에 비해 선호되는 경향이 강했다. 객실 영업 대비 견조한 예약률도 유지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면서 실내 50인·실외 100인 이상 모이는 행사가 금지됨에 따라 예식홀 내 인원이 제한되다보니, 호텔들은 미리 예약해 놓은 소비자들을 응대하느라 바쁜 상황이다. 특히 예식장 내 뷔페가 오는 19일부터 고위험시설군 15종에 포함되면서 2단계 조치상 식사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혼식 연기와 관련해서 상담이 꽤 이뤄지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위해 고심하고 있으나 업체 입장에서도 막막하다"고 답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수도권 지역 확진자 수가 최근 일주일 사이에 세 자릿수로 늘어나면서 임시 영업 중단과 같은 '코로나 리스크'도 커졌다.
실제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비즈니스호텔 '신라스테이'는 서대문점과 천안점에서 지난 16일과 17일 잇따라 확진자가 나왔다. 호텔들은 방문 사실을 통보받은 즉시 임시휴업 조치를 취하고 방역에 나섰다. 앞서 '그랜드워커힐 서울'의 한식당 '온달' 직원 1명은 지난 14일 밤 확진 판정을 받아 호텔 일부 시설이 휴장하기도 했다. 지난 13일에는 강원도 강릉 썬크루즈호텔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호텔 객실 예약 취소는 투숙 하루 전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예약률 하락은 아직 지켜보고 있다"면서 "코로나19가 유행했던 올해 초처럼 임시휴업이 줄이을까 걱정이다. 방역에 최우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