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팬 1년 광복절③] '자취 감춘' 일본 맥주, 주류업계 판도 바꿨다

지난해 7월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 조치로 촉발된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이 전개되면서 경기도 수원 장안구의 한 마트의 직원이 일본 아사히 맥주를 매대에서 철수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지난해 일본의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로 촉발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1년이 넘었지만, 그 여파는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식품·자동차·항공·여행·의류 업계에 이르기까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은 잇달아 사업을 철수하거나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외면이 적어도 연내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이 산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과 달라질 시장판도 등을 4회에 걸쳐 각 분야별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일본산 맥주 수입액 90.4%↓…'국산' 롯데주류 수익성 타격도

[더팩트 | 이한림 기자]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은 국내 주류업계 판도 변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수입 맥주 부동의 1위였던 일본산 맥주 아사히는 순위권에서 사라졌고 기린, 삿포로 등 일본 주류 제품은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매대에서 자취를 감춘 모습이다.

16일 관세청에 따르면 일본산 주류 제품의 수입액은 과거보다 4분의 1수준으로 급락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일본 맥주의 수입액은 29억2558만 원으로 전년 동기 91% 하락한 수치다. 가장 최근 집계인 6월에도 일본 맥주 수입액은 지난해 6월 대비 96.4% 감소한 3억3280만 원에 그치면서 여전히 일본산 맥주 불매운동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일본산 맥주의 수입액 감소는 지난해 7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시작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에 따른 효과로 풀이된다. 일본산 맥주 소매 판매했던 점주들이 소비자의 거부 반응에 따라 재고가 떨어진 후 더이상 주문을 하지 않는 등 유통 체계 내에서도 변화가 이어지면서 판매가 급락했다.

특히 주력 유통망이었던 편의점업계에서는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에 따라 유통기한이 임박한 일본 맥주 12종에 대한 본사 반품 처리를 진행하기도 했다. 불매 운동 이전까지 수입 맥주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킬 정도로 국내에서 충성 고객이 높았던 아사히 맥주가 순위권 밖으로 물러난 배경이다.

이는 고스란히 대체품의 판매고 확대로 이어지면서 국내 주류업계의 지각 변동이 발생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아사히, 기린 등이 빠진 매대에는 출시와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하이트진로의 테라와 국산 맥주 1위 오비맥주의 카스 등 국산품이 자리했다. 아사히가 내준 수입 맥주 1위 자리는 불매운동 초반 칭따오 등 중국 맥주가 왕좌에 올랐다가 올해 들어 미국산 버드와이저가 1위를 차지하는 등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으로 촉발된 일본산 맥주의 판매 부진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문화 조성까지 더해지면서 기존에 판매량이 부진했던 주류업체의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인 롯데주류는 지난해 오해에서 비롯된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에 직격탄을 맞으며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은 롯데주류의 소주 처음처럼과 맥주 클라우드의 모습. /롯데주류 제공

◆ 롯데주류, '오해' 불매 운동으로 수익성 악화

특히 주류업체 중에서는 롯데주류(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가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불매운동 이전에도 적자를 겪고 있던 롯데주류는 국산 제품을 제조하고 있으나 일본 사업 비중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롯데그룹 계열사라는 이유로 주력 제품인 소주 처음처럼과 맥주 클라우드의 판매고가 하락해 실적 부진이 지속됐다.

또한 아사히 맥주를 제조하는 일본 아사히가 롯데주류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불매운동 리스트에 롯데주류 제품이 오르는 등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롯데주류는 "일본 아사히가 롯데주류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부인하면서 "롯데주류는 한국 기업이다"고 적극 홍보하고 나섰으나 시장 반응은 여전히 싸늘한 상황이다.

실적 악화 기조로 지속되고 있다. 롯데주류는 지난 2018년 매출 7567억 원, 영업손실 590억 원을 내면서 적자 탈출을 위한 수익성 중심의 경영 기조를 이어갔으나 불매운동 여파로 지난해 연간 매출 6996억 원, 영업손실 589억 원에 그쳤다. 특히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난해 7월부터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지난해 3분기 205억 원, 4분기 257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와 4분기에 기록한 적자는 지난해 연간 적자의 78.4%에 달했다.

올해 롯데주류는 처음처럼의 도수를 더욱 낮추는 등 업계 트렌드로 자리한 저도수 시장 공략에 나서고, 3년 전 맥주 클라우드 출시 당시 광고 모델로 활동했던 배우 전지현을 다시 호출하는 등 제품 포트폴리오 변화를 통한 반등을 노리고 있다. 다만 올해 1분기에도 매출 1380억 원과 영업손실 180억 원을 내면서 적자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이후 그간 국내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일본산 맥주의 판매고가 급락한 반면 국산 주류나 중국·미국산 수입 맥주가 해당 시장을 대체하는 계기가 됐다"며 "맥주 등 주류는 대중에게 친숙한 소비재 분야이면서도 대체제가 많은 만큼 일본산 맥주 불매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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