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설 부인 공시에도 시장 내 유일한 인수 후보 주목
[더팩트 | 이한림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의 건설장비사업 계열사 현대건설기계가 일각에서 제기된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설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그룹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는 공시를 통해 인수설을 부인했으나 시장 상황과 사업성에 입각해 유력 인수자로 여전히 해석되면서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는 7일 현대건설기계가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풍문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답변 요청을 받고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당사의 두산인프라코어의 인수와 관련해 인수를 검토한 사실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공시했다.
이처럼 현대중공업지주가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전에 사실상 참여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공식화했으나, 업계에서는 양사의 인수합병 가능성을 '제로(0)'로 두지 않고 있어 눈길을 끈다. 현대건설기계가 최근 분사 후 사업 보폭을 해외로 넓혀가고 있고 중국 건설장비 시장에서 여전히 높은 판매고를 이어가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와 시너지 효과가 맞아 떨어진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현대건설기계는 두산그룹이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을 이행을 위해 핵심 자산인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을 진행하기 전부터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혀 왔다. 현대건설기계와 볼보건설기계가 각각 20~30%대 점유율로 국내 건설장비 시장 2위와 3위를 다투고 있는 가운데, 40%의 점유율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회사가 두산인프라코어였기 때문이다. 이 경우 업계 1, 2위 간의 만남으로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또한 현대건설기계가 두산인프라코어를 품게 되면 해외 사업인 중국 건설장비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인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건설장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기계는 올해 상반기 주력 제품인 굴삭기를 중국에서 4417대 판매한 반면 두산인프라코어는 같은 기간 1만728대를 판매하면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중국 건설장비 시장이 코로나19 발발 이후 집중된 경기부양 정책에 수혜를 입은 시장 중 하나로 꼽히면서 수요가 크게 늘어나며 하반기 판매 전망도 밝은 편이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사업 규모와 시장 상황을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 역시 현대건설기계라는 점에서 양사의 합병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글로벌 건설장비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샤니와 XCMG, 캐터필러 등 해외 업체의 경우 사업 규모를 감당할 수 있으나 두산인프라코어가 국가 산업인 방산 사업도 다루고 있어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반면 현대건설기계가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할 가능성 또한 높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우선 현대중공업지주가 공식적으로 인수설을 부인하면서 투자업계의 시선이 분산됐고, 현재 모기업인 현대중공업그룹이 역시 업계 1, 2위 간의 만남인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에 두사닌프라코어 인수전에 뛰어들 여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지주가 공시를 통해 인수설에 선을 그었음에도 시장 상황에 따라 현대건설기계가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해 얻는 이점이 분명하다. 현대건설기계가 두산인프라코어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여전히 꼽히는 이유"라면서도 "다만 양사가 한 몸이 되면 국내 건설장비 시장에서 절반을 훌쩍 상회하는 점유율을 기록하게 되는 만큼 독과점을 규제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승인 여부 또한 미지수다. 대형 '빅딜'을 진해행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 입장에서도 부담으로 다가올 여지가 높다"고 말했다.
한편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의 경영 정상화를 목적으로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 이행을 위해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07%를 인수합병 시장에 올려 놓고 매수자를 찾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올해 2분기 시장 전망치를 소폭 웃도는 154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실적을 내고 있는 업체인 만큼,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진다면 입찰 가격은 8000억 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도 일부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기계는 올해 2분기 42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