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재입찰전…이번엔 흥행할까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코로나19로 무산됐던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사업자 유치에 다시 나섰다. /이덕인 기자

9월 14일까지 6개 구역 신청 받아…업계 "눈치싸움 예상"

[더팩트|한예주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사상 초유의 '유찰' 사태가 벌어진 제1여객터미널 4기 면세사업권에 대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재입찰을 시작했다. 임대료 입찰 최저가격을 지난 1차 입찰보다 30% 낮췄고, 매출이 정상화될 때까지 임대료도 매출액과 연동된 영업비만 납부하도록 한 것.

그동안 면세점들이 제시해 온 요구사항을 상당 부분 수용한 것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 4기 면세사업권 흥행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인천국제공항은 지난 1월 공고된 1차 입찰 8개 사업권 중 유찰된 6개 사업권 총 33개 매장(6131㎡) 대상 재입찰 공고한다고 밝혔다. 재입찰 대상은 일반 대기업 사업권 4개(DF2·DF3·DF4·DF6)와 중소·중견사업권 2개(DF8·DF9)로 구성됐다.

인천국제공항은 우선 각 사업권 임대료 최저입찰가격(최저수용가능금액)을 1차때보다 약 30%가량 낮췄다. 가령 매출이 가장 높은 노른자로 꼽혔던 DF2(향수·화장품)의 경우 1차년도 최저금액을 1차때 1161억 원에서 842억 원으로 319억 원(27.5%) 내렸다.

또 지난 1월 1차 공고 때는 1차년도 최저금액만 제시했지만 올해는 2차년도 최저금액까지 제시했다. DF2 2차년도 최저금액은 950억 원으로, 1차 공고때보다 19.2% 감액됐고 1차년도 금액보다는 108억 원가량 올렸다. 공항이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을 감안해 1차년도까지는 파격적인 인하 조건을 내세웠지만, 2차년도부터는 조금씩 임대료를 올리겠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유찰된 이후 재입찰에 들어가더라도 직전 최소금액의 10%를 내려 재입찰을 진행하기 마련인데, 그 이상 감액한 조건을 내세웠다는 건 인천국제공항이 그만큼 절박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항공사가 면세점업계와 몇 개월간의 줄다리기 끝에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공실 사태'가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3월 1차 입찰 당시 신라와 롯데는 각각 DF3, DF4(주류·담배) 구역에 낙찰됐지만 임대료 등 고정비 부담을 우려, 우선 협상권을 포기한 바 있다. DF2(향수·화장품), DF6(패션·잡화)는 유찰 사태가 벌어졌다.

중소·중견 사업권인 DF8, DF9는 에스엠 면세점이 입찰됐지만 지난 6월 사업권은 물론 현재 운영 중인 매장까지 포기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업계에서는 초유의 공실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흥행전이 펼쳐질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남용희 기자

면세점업계에서는 인천국제공항이 업계의 어려움을 반영해줬다며 임대료 부담이 완화된 만큼 우려했던 '초유의 공실 사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요 면세점들도 내부 검토를 거쳐 최종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3월 입찰 이후 포기했던 롯데와 신라는 물론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도 입찰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존 사업자인 신세계와 9월 1일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현대백화점의 경우 기존 사업·낙찰자에 대한 임대료 감면 등 협의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를 깔았다.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과 현재 2023년까지 계약기간이 남은 DF1, DF5 임대료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8월까지는 정부의 임대료 할인을 받지만 그 이후엔 월 300억 원대 임대료를 정상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인천국제공항이 새로운 입찰조건과 비슷하게 DF1, DF5 임대료를 조정해준다면 재입찰에 참여할 여유가 생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주, 늦어도 이달 중 기존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임대료 감면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는 4기 사업자 재입찰 공고를 내면서 "기존 사업자들을 위한 9월 이후 임대료 감면 방안을 정부와 적극 협의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문제는 중소·중견사업권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중소·중견 대표격이었던 SM면세점은 이미 인천국제공항 철수를 선언한 상태고, 다른 면세점들 역시 생존 문제를 걱정하는 상태라 입찰에 참여할 여력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면세점 사업이 호황을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거처럼 입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흥행전이 펼쳐질 가능성은 작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 정상화 시점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면세점들이 예전처럼 고액을 제시할 수는 없다"면서 "다들 얼마를 낼지 모르는 상황에서 업계의 눈치싸움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답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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