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만년 2위' 오뚜기, 더딘 수출 실적 숙제
[더팩트|문수연 기자] 국내 라면 시장에서 오뚜기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진비빔면'과 '오동통면' 등 잇단 신제품이 흥행에 성공하며 시장 점유율 2위를 공고히하고 있지만, 경쟁사 대비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해외 성적은 여전히 풀어야할 과제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올해 신제품 출시와 다양한 마케팅으로 국내 라면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오뚜기의 라면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3년 14.1%에서 2016년 23.4%, 2019년 23.8%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25.7%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출시한 '미역초비빔면', '와사비 진짜 쫄면' 등이 큰 호응을 얻지 못하면서 시장점유율을 큰 폭으로 끌어올리지 못했지만, 올해 3월 출시한 '진비빔면'의 흥행이 상승세를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진비빔면'은 출시 2개월 만에 판매량 2000만 개를 돌파했으며, 3개월 만에 3000만 개를 넘어섰다. 또한 오뚜기가 앞서 내놓은 '메밀비빔면', '함흥비빔면' 판매량을 단숨에 뛰어넘었으며, 단숨에 비빔면 업계 2위에 올랐다.
방송 콘텐츠와 연계한 마케팅도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졌다. 지난 2005년 출시된 '오동통면'은 SBS 예능프로그램 '맛남의 광장'에 등장한 이후 판매량이 급증했다.
방송에서 백종원은 완도 다시마 2년 치 재고 2000t이 그대로 쌓여 있다며 "라면 회사에서만 다시마를 한 장씩 더 넣어줘도 엄청날 텐데, 생각난 김에 한 번 해보자"라고 함염준 오뚜기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함 회장은 "우리가 다시마 들어간 제품이 있는데 2장 정도를 넣으면 훨씬 깊은 맛이 나겠다"고 화답했다.
이후 다시마 2개를 넣은 '오동통면'이 출시됐고, 방송 이틀 만에 오뚜기 자사몰인 '오뚜기몰'에서는 재고량이 모두 완판됐으며 지난달 9일 해당 제품을 정식으로 내놨다.
신제품 라인업 강화와 선한 영향력으로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과 달리 해외 시장에서는 경쟁사와 비교해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좀처럼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업게 1위 농심의 경우 '신라면'과 '짜파구리'를, 삼양식품은 '불닭' 시리즈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이 20% 이상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올해 1~4월 라면 수출액은 2371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4.5% 늘어났다. 삼양식품의 경우 지난해에만 해외 시장에서 '불닭' 시리즈가 4억6000개 팔리며 국내 판매량인 1억4000만 개를 앞질렀다. 한국 전체 라면 수출액의 45%를 차지할 만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반면, 오뚜기는 전체 매출 가운데 해외 매출 비중이 8.6% 수준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라면의 수출 중요성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어 라면업체들이 해외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유통망 확보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쉽지 않은 만큼 현지인의 입맛에 맞춘 제품 개발과 마케팅이 더욱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라면 외에 다른 주력 제품이 많다 보니 수출보다 내수 비중이 큰 건 사실이지만 2018~2019년 동남아에서 매출이 많이 오르고 있다. 향후에도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수출을 늘려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