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교통사고·차량 침수 피해 증가
[더팩트│황원영 기자] 전국에 쏟아진 물 폭탄 수준의 강한 비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손해보험사(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역대 최장기간 장마에 여름휴가까지 겹치면서 손해율 악화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4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9일부터 이달 3일 오전 9시까지 집중호우로 인해 국내 4대 손보사(삼성화재·KB손해보험·DB손해보험·현대해상)에 접수된 차량 피해 건수는 3041건으로 집계됐다. 추정손해액은 335억1900만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통계는 비래물·차량 침수 피해를 집계한 것으로 빗길 교통사고 등을 포함할 경우 그 피해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27일까지는 1620건의 차량 피해가 집계됐다. 일주일 만에 피해 건수가 1421건이나 증가한 것이다. 최근 폭우로 인한 피해가 극심했던 대전·충청 지역이 통계에 포함되며 피해 건수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중부지방을 덮친 집중호우에 이어 올여름 첫 태풍인 '하구핏'이 북상한다는 예보까지 나오며 손보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게다가 여름 휴가철이 본격화되면서 자동차 운행량도 증가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 길이 막히면서 올해는 국내로 휴가를 떠나는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통상 여름철은 태풍, 홍수 등이 집중되어 있어 전통적으로 손해율이 높은 계절이다. 하지만 올해는 역대 최장기간 장마가 이어진 데다 코로나19로 인한 국내 여행 증가로 손해율이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실제 중부와 남부지방은 지난 6월 24일 장마 시작 이후 3일 기준으로 38일째 이어졌다. 제주도는 지난 6월10일 이후 7월28일까지 49일 동안 장마가 계속되면서 1973년 이후 최장기간을 기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예년 장마에 비해 올해 장마가 길고 잦은 폭우가 쏟아지면서 차량 피해가 큰 편"이라며 "지난 20일간 차량 침수 손해액이 지난해 전체 손해액의 절반 가까이(47%)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안정세를 보이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가파르게 증가할 경우를 고려해 대비책을 고심하고 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받은 보험료 대비 고객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말한다. 보험사가 100원의 보험료를 받아 80원의 보험금을 가입자에게 지급한 경우 손해율은 80%가 된다. 손보업계에서는 사업비를 제외한 적정 손해율을 78~80% 수준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가 시작된 1월 이후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0%대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준을 보였다. 1월 기준 93.2%에 달했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월 89.2%로 감소했으며, 코로나19가 본격화한 3월에는 84.4%로 대폭 낮아졌다. 방역 수칙이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된 4월에는 88.6%를 기록하며 소폭 상승했으나 여전히 80%대에 머물렀다.
5월 기준 KB손해보험·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 등 4개 손보사 손해율은 81.5%로 80% 초반대에 머물렀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최소 6.0%포인트에서 13.6%포인트까지 낮아진 수치다.
장마와 여름휴가를 기점으로 손해율이 급증할 경우 손보사 실적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지난해 말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100%까지 치솟으며 팔수록 손해 보는 구조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에 따라 손해율이 반사이익을 봤지만, 본격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교통량이 늘어나고 자연적으로 사고 발생률도 높아질 수 있다"며 "긴 장마와 태풍까지 고려하면 하반기 손해율은 크게 악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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