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매물 품귀 현상 지속할 것"
[더팩트|윤정원 기자] '임대차 3법'이 본격 시행된 가운데 전세가 월세나 반전세로 급속히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해지는 추이다. 상당수 국민들은 전세 살이마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은 접는 게 상책'이라는 비관론을 내놓고 있다. 월세에서 전세, 전세에서 내 집 마련이 일반적인 수순으로 일컬어지는 상황에서 오히려 정부가 역행을 조장한다는 토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임대차 3법이 예고된 때부터 전세 매물은 품귀현상을 빚어왔으며, 최근에는 거의 자취를 감추다시피 한 상태다. 3일 서울시의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성사된 아파트 전세 계약은 6304건으로 나타났다. 올해 최다로 거래월인 2월(1만3661건)의 46% 수준이다. 서울시가 관련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6000건대로 떨어졌다.
지역별로 보면 종로구가 26건으로 가장 낮은 거래 건수를 나타냈다. 중구는 6월 119건에서 지난달 68건으로, 금천구는 112건에서 78건으로 줄며 계약 건수가 눈에 띄게 하락했다.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도 거래량이 전월 대비 축소된 모습이다. 거래량은 △강남구 6월 705건→7월 397건 △서초구 440건→400건으로 △송파구 628건→498건 △강동구 352건→275건 등으로 줄었다.
문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책 발표 속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은 당연한 결과다. 0%대 초저금리 시대가 도래한 시점에서 정부는 다주택자를 옥죄는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주택 소유자들 입장에서는 다른 부동산에 투자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진 처지로, 굳이 전세를 유지할 명분이 없다. 웬만한 은행이자보다 전월세전환율이 더 높으니 보증금을 돌려줄 여유가 있는 집주인들로서는 반전세나 월세로 바꾸는 게 현실적인 대응이다.
5억 원 전세를 2억 원 반전세로 바꾼다고 가정해보자. 전세를 임대료 상한인 5%까지 올린다고 치면 기존 5억 원짜리 전세는 5억2500만 원이 된다. 여기서 보증금 2억 원에 월세로 전환하기로 한다면, 새로 정한 보증금 2억 원을 뺀 3억2500만 원을 월세로 전환 가능하다. 3억2500만 원에 전월세전환율 4.0%를 적용하면 1300만 원이고, 이를 다시 12로 나눈 108만3333원이 적정한 월세다. 반면, 3억2500만 원정도를 은행에 넣는다고 치면 매달 이자는 21만 원을 살짝 웃돈다.
임대인으로서는 차선책을 택한 셈이지만, 임차인 입장에서는 통탄할 노릇이다. 전세 대출 이자를 제외하면서 조금씩이나마 저축 가능했던 금액마저 몰수당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전세금이야 대출 이자만 내면 다시 회수 가능하지만, 월세의 경우 매달 증발하는 소모비용인 탓이다.
전문가들은 임대차 3법 시행과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등으로 인해 전세 매물은 계속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저금리뿐 아니라 임대차 제도나 보유세 증가로 집주인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나 반전세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임대사업자 혜택이 줄어들고 임대차3법 관련한 시장 내 여러 이슈 때문에 전세 물건 자체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하반기에도 임대 거래 축소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블로그 등에는 월세 시대를 앞두고 자포자기한 이들의 글이 즐비하다. 게시글 작성자들은 "월급을 한 푼도 안 쓰고 12년을 모아야 집을 산다던데, 정책을 보아하니 22년도 부족해 보인다", "아파트 전세가 월세로 전환돼 시장에 나온다면 가계가 겪는 부담은 엄청날 것이다. 이번 생에서 내 집 마련의 꿈은 일찌감치 접는 것이 속 편하겠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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