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임대차 3법', 임차인에게 '약'일까 '독'일까

임대차 3법 등과 같은 부동산 규제에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폭등하고 전세 매물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은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소재 한 부동산 중개업체의 모습. 매물 정보란은 모두 비어 있다. /이새롬 기자

오늘(31일)부터 전월세 5% 넘게 못 올린다

[더팩트|윤정원 기자]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전세시장의 수급 불안정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임대차 3법이 표면적으로는 임차인들을 위한 법안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전세의 월세 전환을 앞당기는 등 부작용이 많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국회는 30일 오후 본회의에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가 포함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재석 187인 중 찬성 185인, 기권 2인으로 가결했다. 개정안은 2년의 기본 임대 기간에 2년 한 차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2+2' 방식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고, 갱신 시 임대료 상승 폭을 기존 임대료의 5%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정부가 오늘(31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개정안을 곧바로 공포해 시행하기로 했다.

임대차 3법이 '속전속결'로 처리되자 전세시장에서는 거센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현재 집주인들은 '사유재산권 침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기존 계약에도 소급 적용되기 때문에 계약 기간이 많이 남은 집주인 입장에선 최소 2년간 전세금을 올리지 못하게 된다.

세입자가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집주인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총 4년(2년+2년)을 거주한 기존 세입자를 무조건 내보내는 것이 유리하다는 전망이다. 새로운 세입자에게는 전월세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현 시점에서는 전월세 가격 급등 피할 수 있지만, 그 대신 세입자들이 4년마다 집을 비워줘야 하고, 4년 주기로 전월세 가격 급등이 예상된다. 다만 집주인이 실거주를 원하면 갱신 청구를 거절하고 세입자를 내보낼 수 있으나 2년간 거주해야 한다.

앞서도 임대차 3법이 예고됨과 동시에 부동산 시장에서 전세 매물은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그나마 남아 있던 매물들도 최근 집주인들이 걷어 들이기에 한창이고, 임대인들은 전세 대신 반전세나 월세로 들어올 세입자만 찾는 분위기다.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는 임대차 3법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와 연관된 주택임대차보호법 및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됐다. /남윤호 기자

전문가들 역시 임대차 3법이 단기적으론 전세 시장 혼란을 키우고,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을 앞당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 수요가 몰리고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임대차 3법까지 가세하니 전세 시장이 더 불안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정부의 집값 규제가 국민을 투기 수요와 실수요로 가른 것처럼, 임대차 3법은 국민을 임대인과 임차인으로 갈라쳤다"며 "전세 시장 안정 효과나 사회 통합 측면에서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향후 전월세신고제까지 가결되면 반전세, 월세시대는 더욱 가시화할 수밖에 없다.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면 결국 임대소득이 노출되고, 임대인의 세 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늘어난 부담은 세입자에게 전가될 가능성 또한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기존에 없었던 임대소득에 대한 부담이 커지게 되면서 집에 대한 수리나 도배·장판 같은 기본적으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해줘야 하는 부분이 회피되는 형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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