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이어 대출까지 진출한 네이버...금융권 볼멘소리

금융권으로 영토를 확장 중인 네이버가 대출시장 진출을 전격 선언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후불결제와 보험상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더팩트 DB

업계서 규제 피해 '우회로' 택했다는 지적 이어져…역차별 논란도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인터넷 기업 네이버가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결제·보험·대출 등 전방위에 걸친 금융업 진출을 예고했다. 다만, 정공법이 아닌 상대적으로 규제를 덜 받는 '우회로'를 활용하며 금융권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8일 네이버파이낸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 하반기 중 미래에셋캐피탈과 함께 '중소상공인(SME) 대출'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대출 사업 진출' 선언이다.

이날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은행권 수준의 대출 금리와 높은 금액 한도 조건에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도 대출 가능한 금융 상품이 될 것"이라며 "금융 이력이 부족해 사각지대에 머물러야 했던 온라인 소상공인과 신파일러(thin filer·금융거래 정보가 거의 없는 사람) 등 금융 소외 계층을 아우르는 서비스로 금융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금융사가 아니어서 직접 대출을 해줄 수 없다. 대신 네이버파이낸셜 소상공인 대출은 미래에셋캐피탈이 내준다.

네이버의 대출 시장 진출은 정부의 '디지털금융 종합혁신 방안' 발표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정부는 지난 26일 종합지급결제사업자에게 계좌 발급부터 입출금, 송금, 결제, 이체까지 허용한다고 발표했지만 대출 업무는 제외한 바 있다.

업계는 '대출만 빼고 다 하라'는 금융당국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네이버가 결국 '우회로'를 택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여기에 네이버는 올 하반기 후불 결제와 보험 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한 허가 여부도 오는 10월 결정된다. '마이데이터'는 개인 신용 정보를 토대로 맞춤형 금융 상품을 추천하는 것으로, 많은 금융사들이 마이데이터 진출에 힘쓰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28일 올 하반기 중 미래에셋캐피탈과 함께 중소상공인(SME) 대출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의 모습. /네이버파이낸셜 제공

네이버가 전방위적으로 금융업에 진출하며 금융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는 가운데 전통 금융사들은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네이버 등 빅테크(Bigtech) 기업들이 금융시장에 우회 진출을 하고 있지만 역차별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는 당국의 많은 규제를 받고 있지만, 금융시장에 우회 진출하는 빅테크 기업들은 이러한 규제들을 피해가고 있다"며 "네이버의 경우 카드, 보험, 은행 등 다방면에 진출해있는 만큼 각 분야에서 불만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융사들의 불만이 커지자 금융위원회는 최근 '동일 기능·동일 규제'를 구현하기 위해 관련 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 빅테크 업체에 유리한 규제가 없는지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이번 규제수위를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 역차별 문제가 해소될지 말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네이버는 각종 금융 규제를 받지 않는 등 우회 진출한다는 지적에 대해 핀테크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사업 방식이라는 입장이다. 최인혁 대표는 "1을 하기 위해 10짜리 회사를 세우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종합지급결제사업자 신청 여부와 상관없이 제휴를 통해 대출 상품을 파는 건 합법적"이라고 설명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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