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공재' 코로나19 백신, 국가의 또 다른 경쟁력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와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가 코로나19 백신 개발 3상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마지막 관문인 3상 임상만 넘으면 바로 시판된다. 이르면 올해 말까지 백신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안정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이르면 2주 안에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코로나19 방역의 선도국가로 주가를 올리던 한국으로선 글로벌 K바이오 위상 고양 계획에 비상이 걸렸다. 외국 바이오·제약사에 코로나19 백신 개발 주도권이 넘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주요 선진국들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다. 국가마다 백신 개발 경쟁은 치열하다 못해 총성 없는 전쟁으로까지 불리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은 단순히 예방용 치료제가 아닌 국가의 또 다른 경쟁력이 되고 있다. 가장 먼저 백신을 개발하는 국가가 지정학적 주도권을 가지게 된다.
미국은 올해 코로나19 관련 연구개발 비용으로 6조 원을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신 개발에는 4조5700억 원, 치료제 개발에 1조1400억 원을 투입했다. 미국이 투자한 기업으로는 노바백스(1조9000억 원), 아스트라제네카(1조4400억 원), 모더나(6300억 원), 존슨앤드존슨(5500억 원) 등이다. 이 가운데 모더나는 3상 임상시험에 진입하면서 연말에 백신을 공급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얻고 있다.
중국도 코로나19 백신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앞서 인민해방군을 동원하는 등 백신 개발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이달 중국 제약사 시노팜은 임상 3상 시험에 들어갔으며, 빠르면 연내 백신 시판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선두 국가와 격차가 크다. 복지부는 940억 원 규모로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백신에 490억 원, 치료제에 450억 원을 투입한다.
현재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두드러지는 국내 기업으로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셀트리온 등이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내년 8월까지 백신 개발을 완료하고 9월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또 셀트리온은 국립보건연구원과 공동연구를 통해, 항체치료제 개발을 위한 국내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았으며, 하반기 임상시험 개시를 추진 중이다.
최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는 한국을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선두 국가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 선두 주자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직 인체 임상시험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국내에서 임상시험을 시작한 백신 후보물질은 임상 초기 단계인 1·2a상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바이오기업들이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에 진입한 것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인류의 보건을 위해 최초로 개발된 백신은 모든 국가에 공평하게 공급하는 '글로벌 공공재'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현실은 각 국가가 자본력을 동원해 가장 먼저 백신을 손에 넣거나, 사전 구매에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코로나19 팬더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도덕성보다는 자국 이익이 앞서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비록 우리나라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뒤처지고 있지만 결코 포기하거나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백신을 최초로 개발을 할 수 없더라도 개발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겠다. 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 바이오·제약사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힘으로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힘을 갖추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세계보건기구와 선진국들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모범 사례로 꼽으며 부러워 했다. 백신 개발에서도 우수한 결과물을 내놓길 기대해 본다.
jangb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