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유동성·IPO시장 활기에 투자자 대거 유입
[더팩트ㅣ박경현 기자]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주부 A씨는 지난달 'SK바이오팜 주식을 사면 무조건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웃 주민의 말을 듣고 난생처음 공모주 청약에 나섰다. 공모주를 주관하는 증권사 중 한 곳에 주식계좌를 개설하고 증거금 500만 원을 넣어 200주를 신청했더니 1주를 배정받았다. A씨는 SK바이오팜의 주가가 상장 후 급등하는 것을 보며 괜찮은 투자처가 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이후 A씨는 얼마전 하반기 공모시장에 성장성이 기대되는 기업들이 IPO(기업공개)를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에 이번엔 기업마다 살펴보고 하반기 공모주 청약을 제대로 준비하기로 했다. 또한 증거금을 많이 넣을 수록 배정에 유리해진다는 것을 알고나서 요즘은 대출도 알아보고 있다.
지난 6월 23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됐던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에 31조 원의 증거금이 모이면서 '동학개미'(코로나19로 인한 하락장세에 주식을 저가매수한 개인투자자)의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과 저력이 입증됐다.
SK바이오팜이 상장 후 공모가 대비 200%가 넘는 주가상승률을 보이자 동학개미들은 우량주 매수 외에도 공모주 청약을 통한 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SK바이오팜 이후 IPO시장에 공모기업으로 나온 에이프로는 일반청약 경쟁률 1582대 1을 기록했다. 이어 티에스아이는 1621대 1, 솔트룩스는 953대 1을 기록하면서 투자 열기가 이어졌다.
7월부터 진행된 공모주 청약이 줄줄이 흥행에 성공하는 등 개인투자자들의 공모주 관심이 커지자 '주린이(주식+어린이 합성어)'에 이어 '공린이(공모주청약+어린이 합성어)' 라는 신조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최근 시장의 막대한 유동성에 더해 활기를 찾기 시작한 IPO시장 분위기에 편승해 아예 공모주 투자에 매달리기 시작한 투자자들도 있다.
투자자들이 공모주 청약에 열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통상 상장 직후 가격이 공모가보다 높아져서다.
공모주는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할 때 일반인으로부터 청약을 받아 배정하는 주식이다. 일반적으로 평가가격 그대로 주식을 모집하지 않고, 평가가격보다 할인된 금액으로 공모가격을 정한다. 즉 투자자는 할인된 가격에 공모주를 청약해서 해당 기업이 상장했을 때 주식을 매도함으로써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이다.
다만, 공모주의 경우 모집하는 주식 수가 정해져 있어 투자자가 신청한 주식을 모두 배정받을 수는 없다. 만일 에이프로의 청약과 같이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긴다면, 기본적으로 증거금 1000만 원 이상을 넣어야 1주가 배정된다. 신규 상장이기에 종목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은데 목돈을 넣어야 한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요소로 꼽힐 수 있다.
최근 공모주 청약을 향한 열기가 뜨거워지자, 개인투자자들은 투자수익을 위해 본격적으로 준비에 나선 모습이다. 앞서 SK바이오팜을 통해 처음 공모주 청약에 나선 A씨와 같이 투자자들이 새롭게 투자에 나서는 등 '공모주 투자' 바람이 불고 있다. 각종 온라인 주식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공모주 청약 일정 확인 방법', '투자할 종목 고르는 방법', '공모주 청약하는 방법' 등 게시글이 늘어나는 추세다.
또한 이같은 시장 분위기에 힘입어 공모절차를 연내 마무리 하겠다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쏠린다. 특히 올 하반기 방탄소년단(BTS)이 속한 연예기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게임즈 등 IPO '대어'가 증시 입성을 준비하고 있어 시장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를 최대 6조 원으로 예상했다. 일반공모 규모는 1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하반기에 수천억 원대 공모를 진행 할 예정이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공모주 투자가 늘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아니기에 투자에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새롭게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공모주 투자가 익숙하지 않은 투자자들의 경우, 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 등 각종 요소에 따라 공모주임에도 손실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공모주 청약에 목돈이 들어가는 성격상 이를 위해 대출하는 경우는 우려가 된다"며 "빚을 내 투자하면 향후 기업가치 하락에 대한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고 전했다. 이어 "단기적인 수익에만 집중하기보다 공모 자금이 향후 어디에 쓰일 목적인지, 회사 기업가치는 어떠한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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