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아파트값 올해 들어 20% 이상 급등
[더팩트|윤정원 기자]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정치권 쟁점으로 떠오르며 세종 부동산이 들썩이고 있다. 세종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20% 이상 오르며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다양한 방법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첫 번째 카드는 '개헌'이다. '세종을 수도로 한다'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두 번째 방법은 '국민투표'다. 헌법 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다른 방법은 기존 '행정 중심복합도시 건설법'을 개정하거나 '신행정수도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핵심 논의 사안으로 떠오르면서 세종시 부동산은 상승 기울기를 더욱 가파르게 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1월 1일~7월 26일)까지 세종시 아파트값은 20.19% 오르며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지난 달까지만 해도 수원 팔달구가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으나 세종시가 역전했다.
2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세종시 새롬동 '새뜸마을10단지 더샵힐스테이트' 전용면적 59.9㎡는 지난 22일 6억1000만 원(18층)에 팔려 처음으로 실거래가가 6억 원을 뛰어 넘었다. 지난달 25일에 기록한 이전 최고가 5억6500만 원(11층)보다 4500만 원 오른 금액이다. 같은 동 '새뜸마을1단지 메이저시티' 전용면적 120.5㎡도 지난 20일 8억4000만 원(4층)에 매매 계약서를 쓰면서 9일 전 기록한 이전 최고가격 8억3000만 원(5층)을 갈아치웠다.
새뜸마을1단지 인근에 있는 중개업체 관계자는 "8억7000만 원에 나왔던 물건도 집주인이 팔지 않겠다고 해서 매물이 들어간 상태"라며 "해당 면적은 저층을 제외하고 호가가 최저 10억 원, 최고 12억 원까지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전세가도 이 기간 동안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전세가 상승률은 12.77%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7월 셋째 주 발표한 '규제 지역 주간 아파트 전셋값 동향'을 보면 세종시는 전주(7월 13일)보다도 0.99% 올랐다. 2020년 14주차 기준 누적으로 본다면 13.88% 상승했다. 지난 한 달 동안 세종시 전셋값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6월 15일 0.69% △22일 0.65% △29일 0.81% △7월 6일 1.31% △13일 1.36% △20일 0.99% 등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벌써 이런 상황인데 만약 행정수도가 이전되면 세종시 부동산 시장이 투기판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집값을 내릴 목적으로 수도를 옮긴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으며, 서울의 집값 안정에도 별로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행정수도를 옮기더라도 한국의 주요 인프라와 직장 등은 여전히 서울이나 서울에서의 이용반경에 있다. 행정수도를 이전한다고 서울사람들이 우르르 이동해서 서울 집값이 떨어질 확률은 낮다"고 말했다.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미국의 수도는 워싱턴, 경제 중심지는 뉴욕이다. 수도가 워싱턴이라고 뉴욕 집값인 싼 건 아니지 않나. 한국도 수도는 세종, 경제 중심지는 서울이 될 것"이라며 "지금도 부산 집값 오르는 것과 서울 집값 오르는 것이 동일하지 않듯이, 세종시와 서울 집값이 따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행정수도를 옮기겠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라면서 "행정 권력을 옮긴다고 서울이 갖고 있는 지리적·경제적 수요가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garde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