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점 파는' 홈플러스, 잡음 없는 구조조정 가능할까?

홈플러스가 자산유동화를 위해 안산점 매각을 발표한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민주 기자

홈플러스 "인력 구조조정 없다" vs 업계 "노사 갈등 심화할 것"

[더팩트|이민주 기자] 홈플러스가 자산 유동화를 이유로 안산점을 매각하는 고육지책을 택했다.

홈플러스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며, 이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는 견해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안산점 매각이 대규모 구조조정의 신호탄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홈플러스는 올해 3개 내외의 점포를 대상으로 자산 유동화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장 먼저 매각 대상으로 낙점된 곳은 안산점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17일 안산시 상록구 성포동에 있는 안산점 매각을 확정했다. 이를 위해 홈플러스는 앞서 NH투자증권을 안산점 매각 대행 주관사로 선정했으며 지난 5월 부지 매입 의향서를 접수한 바 있다.

이 같은 결정은 국내 오프라인 시장의 침체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올해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홈플러스는 올해 '창사 이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2019회계연도(2019년 3월~2020년 2월)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8.39% 감소한 1602억 원, 매출액은 4.69% 감소한 7조3002억 원이다. 이 기간 당기순손실은 무려 5322억 원이다.

실적 공개 이후 업계에서는 안산점과 대구점, 둔산점 등이 매각 대상으로 거론됐다.

홈플러스 측은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전반적인 불황에 코로나19에 따른 악재까지 겹치면서 역대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며 "오랜 역사를 가진 점포로 안산점 직원들은 물론 회사의 입장에서도 아쉬움이 있지만, 미래를 위한 현금 재원 확보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노조는 지난달부터 점포 매각 등에 반발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은 홈플러스 노조가 지난 2월 정기인사를 강제전배라 주장하며 개최한 기자회견 모습. /이민주 기자

그러나 업계에서는 점포 매각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홈플러스 노조는 지난달부터 '점포 매각을 중단하라'며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점포 폐점이 대량실업을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홈플러스 노조)는 안산점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화이트코리아가 선정된 당시에도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지난달에는 '대구점 밀실 매각을 중단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에 홈플러스가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업계는 이번 안산점 매각 공표로 노조와의 갈등이 더 심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홈플러스는 안산점 직원과 입주업체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1년간 영업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산점 직접 고용인원은 260여 명이며, 임대 매장에서 일하는 인원은 300여 명이다.

직접 고용인원은 모두 △인근 점포로 전환배치하거나 △신사업 부문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사업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SSM)와 온라인 부문을 말한다.

실제 홈플러스 노사는 앞서 유사한 문제를 놓고 견해차를 보이며 대립한 바 있다.

홈플러스가 지난 2월 16일 자 정기인사 대상자 151명 중 52명을 마트에서 슈퍼마켓(홈플러스 익스프레스)으로 전환 배치했으며, 노조는 이를 강제전배, 강제발령, 구조조정이라고 지적하며 반발했다.

업계 관계자는 "3개 점포 폐점이면 최소 1000명의 직원과 연관된 문제"라며 "대형마트는 적절한 상권 확보를 위해 일정 거리를 두고 출점하기 때문에 점포끼리 붙어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전환 배치를 내걸었지만 기존 출근지와 먼 곳에 전환 배치할 경우 직원의 입장에서는 '구조조정'이라며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또 모든 직원을 다른 마트 지점으로 이동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마트에서 일하던 직원을 슈퍼마켓으로 배치할 경우도 발생할 것"이라며 "이에 반발해 사직하는 직원이 생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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