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폭등 우려…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호소 잇달아
[더팩트|윤정원 기자] 정부와 여당이 이달 내로 임대차 3법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소급 적용과 관련해 여론이 들끓고 있다. 임대차 3법 소급적용으로 인해 전월세 시장이 더욱 달아오를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임대차 3법은 전월세신고제·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핵심으로 하는 법안으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핵심으로 한 '주택임대자보호법' 개정안과 전월세신고제를 핵심으로 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이에 포함된다. 해당 법안들은 각각 여당 의원들이 중심이 돼 2020년 6월과 7월에 국회에 발의됐으며 이달 중 통과 여부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법사위는 조만간 회의를 열어 임대차 3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임대차 3법이 도입되면 임차인은 일정 기간 거주기간을 보장받고 갱신시 직전 임대료의 일정 비율 이상 증액이 제한된다. 현재로선 앞서 정부와 여당이 합의한 안, 즉 기본 2년에 2년을 갱신할 수 있는 2+2 안과 직전 계약 임대료의 5% 이상 올리지 못하게 하는 안이 유력하다. 2+2 안보다 기간을 더 늘리거나, 임대료 증액 상한을 5%를 기반으로 하되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조정하게 하는 법안들도 발의됐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여당이 추진하는 '임대차 3법'과 관련해 "(법개정 전에 체결된) 기존 계약에 대해서도 임대차 적용하겠다"며 소급적용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7월 임시국회에서 부동산세법과 임대차 3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부동산 세제 강화로 인해 고가주택 집주인들이 세금인상분을 세입자에 전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이런 우려를 차단하려면 임대차 3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과 임대사업자를 중심으로 임대차 3법의 소급적용은 국민의 재산권 침해와 법의 안정성 훼손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인 미래통합당도 임대차 3법의 소급 적용에 대해 위헌적 발상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하소연과 비판이 줄을 잇는다. "임대차 3법의 소급 적용은 임대인과 임차인을 싸움 붙이겠다는 의도로만 보인다. 임대인의 권리를 유린해서 임차인들에게 인기를 좀 끌어보겠다는 의도만 보인다", "임대차 3법 소급 적용에 따라 재산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 너무 많다. 임대 시장을 시장 질서에 맡겼으면 한다"는 등의 토로가 대부분이다.
앞서도 정부는 6·17 부동산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을 사실상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하면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해 소급 적용을 시사하면서 이미 분양을 받은 계약자들이 대출에 어려움을 겪게된다는 비난이 봇물처럼 쏟아진 데 따른 것이다. 결국 정부는 7‧10 부동산 대책에서 규제지역 지정·변경 전까지 입주자 모집 공고된 사업장의 무주택자 및 처분조건부 1주택자 잔금대출에 대해서는 이전 대출규제를 적용한다는 방침을 새로이 밝혔다.
정부가 임대차 3법 소급 적용을 시사하면서 전·월세 가격은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대로 가면 가을 이사철과 맞물려 전세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현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4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6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보다 0.10% 뛰며 54주 연속 상승곡선을 그렸다. 지난달 마지막 주(29일 기준) 서울 전세수급지수의 경우 173.8에 이른다. 2016년 3월 21일 이후 최고치다. 이 지수가 100을 넘어설수록 전세 수급이 불안하다는 의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 3법 소급 적용 논란으로 법 시행 전 전셋값을 미리 올리거나 전세를 월세로 돌려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떠넘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가뜩이나 내년부터는 신규 입주 물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전세 물건 품귀 현상과 전셋값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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