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 정의선' 뚜렷해진 현대차그룹 미래 경영 플랜
[더팩트 | 서재근 기자]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그룹)의 미래 중장기 경영 플랜의 범위와 방향성이 구체화되는 모양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지난 2018년 그룹 차원으로 수소전기차 중심의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한 지 1년 8개월여 만에 미래 친환경차 및 충전 인프라, 차세대 모빌리티 등 핵심 사업 부문의 기술 개발 현황과 향후 투자 계획을 직접 밝힌 것.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국민보고대회'에 화상으로 출연해 전기·수소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현대차그룹의 경영 비전을 소개했다.(2020년 7월 14일 자 <"정의선 부회장님, 친환경 미래차 선도할 수 있겠죠?"> 기사 내용 참조)
이미 매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제가전박람회(CES) 등 굵직한 무대에서 발표자로 나선 바 있는 정 수석부회장이지만, 이날은 행사 시작 수 시간 전부터 발표 직전까지도 카메라 앞에서 여러 차례 리허설을 하는 등 각별히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수석부회장의 이날 발표는 그룹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직접 연사를 자처했다는 상징성 외에도 지난 2018년 발표한 중장기 수소 및 수소전기차(FCEV) 로드맵 'FCEV 비전 2030'에 순수 전기차 개발 계획이 더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테슬라를 비롯해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등이 전기차 양산 체제 전환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수소전기차' 한 분야가 아닌 순수 전기차 분야에서도 플랫폼에서부터 차세대 충전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 투자를 하는 '투 트랙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날 정 수석부회장은 가장 먼저 경기 고양시 고양모터스튜디오에 전시된 그룹 내 각 브랜드의 전기차 기반 콘셉트카 3종(제네시스 '에센시아 콘셉트', 현대차 '프로페시', 기아차 '퓨처론')을 소개하며 전기차 전용 플랫폼 양산 계획 등을 발표했다.
정 수석부회장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100만 대 판매, 10%대 시장점유율 달성을 목표로 오는 2025년까지 23종 이상의 전기차를 출시한다. 이는 최근 각 브랜드가 발표한 중장기 미래 전략의 연장선이다. 기아차의 경우 지난 1월 전기차 양산 체제로의 전환을 골자로 한 '플랜 S'를 발표하며 오는 2025년까지 11종의 전기차 풀라인업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3사를 잇달아 방문해 각 그룹 총수들과 가진 배터리 신기술 협의에 나서며 'K배터리 동맹'을 주도한 정 수석부회장의 행보 역시 전기차 분야 경쟁력을 위한 파트너십 강화 의지와 일맥상통한다.
수소전기차 및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분야에서도 정 수석부회장은 향후 경영 계획 추진 방향을 △중소 업체와 협력 △ 수소전기 상용차 개발 △ 수소전기차 관련 인프라 진입 장벽 완화 △ 연료전지시스템 적용 영역 확대 등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공언했다.
특히, 업계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의 이번 발표가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 정부가 뉴딜 10대 대표과제로 제시한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현대차그룹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도기업으로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부각하는 자리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전날 정 수석부회장의 발표 이후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전략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고스란히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15일 유가 증권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그룹 핵심 기업의 주가는 일제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현대차는 전날 종가 대비 7.39% 오른 10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고,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역시 각각 3.53%(1200원) 오른 3만5200원, 2.62%(5500원) 오른 21만5500원에 장을 마쳤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차 개발은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더는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라며 "전 세계 주요 업체들과 직접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가 앞장서 전기·수소차 보급 및 기술 개발 사업 육성 의지를 드러낸 만큼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업체'로의 전환을 공언한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신사업 비전 실현에도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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