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코로나 → 위드 코로나' 신동빈 회장 VCM 메시지 의미는?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지난해 대비 70~80% 수준으로 경제 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전날(14일) 열린 롯데 밸류 크리에이션 미팅(VCM, 옛 사장단회의)에서 롯데 핵심 경영진을 향해 이 같은 메시지를 내놨다. 경제 위축 상황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생존 전략을 짜달라는 당부의 메시지다. 이를 놓고 롯데 안팎에서는 이번 VCM이 새로운 혁신 전략에 대한 논의보다 변화에 앞서 정세를 명확히 파악하는 '현실 자각'에 초점이 맞춰진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재계는 신동빈 회장이 이날 VCM을 통해 계열사별 '애프터 코로나' 전략을 집중 점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애프터 코로나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사업 전략의 도전적 변화를 강조해왔던 만큼, VCM이 '애프터 코로나 중간 평가' 성격이 짙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은 키워드를 '애프터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 바꿨다. 코로나19 상황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경영 방향성을 재설정하며 '본업'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신동빈 회장은 "애프터 코로나가 곧 올 것으로 생각했지만, 코로나와 함께 하는 위드 코로나가 내년 말까지 계속될 것 같다"며 "뉴노멀이 된 '70% 경제'에서 살아남을 길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업무 방식을 다시 돌아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처럼 어려운 상황일수록 본업의 경쟁력이 중요하다. DT(디지털 전환)를 이루고 새로운 사업이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가 해왔던 사업의 경쟁력이 어떠한지 재확인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경제 상황이 어렵다고 위축되며 단기 실적에 얽매이지 말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본업의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신동빈 회장의 이러한 메시지를 고려했을 때 계열사들은 당분간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사업적 혼란을 수습하며 기존 사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은 현재 기업 환경, 또 그것과 관련, 롯데를 둘러싼 문제에 대한 명확한 진단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VCM은) 신동빈 회장의 현실 감각이 돋보였던 자리라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롯데는 확장에 힘을 쏟았던 해외 사업 접근 방식도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방향키를 돌릴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신동빈 회장은 불안정한 국제 정세도 언급하며 "많은 생산시설이 해외로 나갔지만, 지금은 신뢰성 있는 공급망 재구축이 힘을 받고 있고 투자도 리쇼어링(제조업 본국 회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아직 다양한 사업의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VCM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첫 화상 회의로 진행됐다. 롯데 내부에서는 화상 시스템을 활용한 회의 등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내는 분위기다. 신동빈 회장도 "1~2년에 한 번씩 방문해왔던 해외 자회사의 업무 현황을 이제는 언제라도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며 긍정적인 화상 회의 경험을 경영진에게 이야기했다. 화상 회의를 포함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롯데의 '일하는 방식의 변화' 시도는 지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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