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공시 통해 뒤늦은 딸 부고 소식…남편 이인범 사장과 상속인 동순위
[더팩트 | 이한림 기자] 허동수(77) GS칼텍스 회장의 막내딸 허지영(40) 씨가 올초 세상을 떠난 사실이 GS그룹 지주사 GS의 지분구조 변경 공시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다만 故(고) 허 씨의 GS 보유 지분이 남편이 아닌 부친인 허동수 회장에게 돌아가면서 재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GS는 지난 3일 최대주주등소유주식변동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공시하면서 고 허 씨의 GS 지분 0.06%(5만8910주)의 변동사항을 알렸다. 고인의 지분은 모두 부친인 허동수 회장에게 상속돼 소멸했다. 결과적으로 허동수 회장의 GS 지분은 1.75%(162만6720주)에서 1.81%(168만5630주)로 늘어났다.
재계에 따르면 고 허 씨는 2남1녀를 둔 허동수 회장의 막내딸로 지난 2006년 이병무(79) 아세아그룹 회장의 차남 이인범(49) 아세아제지 사장과 결혼한 후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내조에 전념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두 오빠인 허세홍(51) GS칼텍스 사장과 허자홍(48) 에이치플러스에코 대표는 GS 계열 회사에서 경영인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고 허 씨가 보유했던 GS 지분 5만8910주의 행방이 남편 이인범 사장이 아닌 부친인 허동수 회장에게 상속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일반적으로 피상속인이 사망한 경우 직계비속인 자녀와 배우자가 규정에 의한 공동상속인 지위를 얻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고 허 씨가 자녀가 없기 때문에 배우자인 이인범 사장이 단독상속인이 되는게 통념이다.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자녀가 없을 때 상속에 대한 우선 순위를 얻는 통념은 1960년부터 1990년까지 시행된 구 민법에 해당하는 상속법으로 1991년 상속인에 대한 민법이 개정되면서 100% 맞는 얘기는 아니다. 배우자의 상속 지위가 동등한 수준이 종전 직계비속에서 직계존속까지 확대됐기 때문이다.
현행법 민법 제1003조 배우자의 상속순위에 따르면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민법 제1000조 제1항(1순위 직계비속), 제2항(2순위 직계존속)의 규정에 의한 상속인이 있는 경우에 그 상속인과 동순위의 상속인이 된다. 이에 자녀가 없는 고 허 씨의 직계존속인 부친 허동수 회장이 배우자인 이인범 사장과 피상속인에 대한 공동상속인 지위를 얻기 때문에 허동수 회장에게 상속하는게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셈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허동수 회장이 고 허 씨의 지분을 상속받는 것에 법적 동등상속인인 이인범 사장이 동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인이 양 사의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고 보유했던 지분이 GS 오너가가 보유한 GS의 특수관계인 지분 안에 묶여 있었기 때문에 이인범 사장이 상속을 포기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GS와 GS칼텍스는 이번 최대주주등소유주식변동신고서 공시에 대해 "공시 내용 외에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허동수 회장의 딸인 고 허 씨가 투병 생활을 해왔고 경영에 관여한 바가 없기 때문에 사망 소식을 따로 알리지 않고 조용히 가족장을 치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이날 허동수 회장의 장남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지난달 29일과 이달 1일 각각 장내 매수를 통해 2만5000주를 늘리면서 2.33%(216만2150주)로 지분율을 늘렸다. 허세홍 사장은 GS의 개인 최대주주인 허용수(52) GS에너지 사장(5.26%, 488만9718주)을 포함해 허창수(72) GS 명예회장(4.66%, 441만7695주)과 GS가 장손 허준홍(45) 삼양통상 사장(2.48%, 230만327주)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GS 개인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허태수(63) GS 회장의 GS 지분은 196만9234주(2.12%)이며 GS의 특수관계인 총 지분은 4768만8195주(51.32%)다.
고 허 씨의 남편인 이인범 사장은 친형인 이훈범(51) 아세아시멘트 사장과 이병무 회장 밑에서 형제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오너인 이병무 회장은 지난해까지 아세아그룹 지주사인 ㈜아세아의 지분 16.01%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난 4월 두 아들에게 각각 5만 주 씩 증여하면서 최대주주 자리를 이훈범 사장(13.74%)에게 넘겼다. 이인범 사장은 ㈜아세아의 7.56%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