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 하루 앞둔 이스타…M&A 극적 타협할까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제시한 선결조건 해소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사의 M&A가 무사히 성사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덕인 기자

제주항공 "15일 지나도 자동계약파기 아냐"…이스타, 부실 축소 총력

[더팩트|한예주 기자] 제주항공이 인수합병(M&A)을 위해 이스타항공에 못 박은 선결조건 해소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간 양사의 폭로전으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인수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지만, 이스타항공의 부실 축소 노력과 제주항공의 유보적 태도 등에 따라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여기에 정부도 뒤늦게 중재에 나서고 있어 양사의 인수합병이 무사히 성사될 수 있을지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에 "영업일 기준 10일 안에 미지급금 해소 등 선결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시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 이스타항공이 오는 15일까지 250억 원가량의 체불임금을 포함한 1700억 원대의 미지급금을 갚아야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최근 움직임에 주목하며 마감시한으로 제시했던 15일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결조건 이행이 안 된다고 해도 자동으로 계약이 파기되는 것은 아니라면서 한 발 물러선 것이다. 특히, 이스타항공의 이행결과를 살펴본 후 종합적으로 계약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미지급금을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셧다운으로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는 이스타항공은 체불임금 문제해결을 위해 직원들에게 2개월 치 휴업수당 반납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관련 동의서 작성을 근로자 대표 측에 요구할 방침이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지난 10일 조종사노동조합을 제외한 근로자 1260여 명을 상대로 체불임금 반납에 대한 의사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 중 500여 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70% 이상의 동의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타항공 측은 직원들의 체불임금 반납이 현실화될 경우 60억 원 내외의 미지급금 해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체불임금 외에도 리스사, 정유사, 조업사 등과 관련된 미지급금을 감면하는 방안을 항공당국과 논의 중이다.

제주항공이 문제 삼았던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 문제도 실마리가 보인다. 이스타항공은 리스사가 계약 변경에 합의한 문건을 국토부가 인정했다며 사실상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입장이다.

이스타항공은 이를 통해 1700억 원 규모의 미지급금을 1000억 원 이하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 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이스타항공 정리해고 중단 및 해결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정부도 뒤늦게 제주항공 설득에 돌입했다. 자력 회생이 불가능한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이 계약파기를 선언할 경우 파산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3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양측의 인수합병 성사를 촉구한 데 이어, 고용노동부 역시 지난 8일 이스타항공,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을 면담했고, 지난 10일엔 제주항공 측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고용부 측을 만난 자리에서 고용이 보장된다면 체불임금 일부를 포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정부의 중재를 무조건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업은 각종 인허가와 관련해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또한 애경그룹 입장에서도 항공업 확대에 대한 의지가 여전한 상황이다.

체불임금과 운항중단을 놓고 양측이 폭로전을 이어가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애경그룹의 입장이 단호해졌지만, 결과적으로 정부로부터 추가적인 지원을 이끌어낼 명분을 쌓았다.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2292억 원과 영업손실 657억 원, 당기순손실 1014억 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1분기 기준 현금·현금성 자산은 약 680억 원에 불과하다. 운영 기재에 대한 고정비, 인건비 부담도 있어 이스타항공 인수 시 제주항공마저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계약이 무산되면 이스타항공의 1500여 명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코로나19 여파로 제주항공 역시 상황이 좋지 않지만, 이스타항공 인수를 조건으로 정부로부터 추가 금융지원을 받아 인수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선결조건 제시 자체가 M&A 성사 가능성이 여전히 있다는 의미"라면서 "이스타항공의 자구 노력이 꾸준한 상황에서 국토부에 이어 고용부까지 개입해 제주항공의 부담도 커졌을 것이다. 협상에 진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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