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공룡' 네이버·카카오가 온다…터줏대감 보험사 '긴장' 

네이버·카카오가 보험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보험서비스 법인을 설립했고, 카카오의 경우 디지털 손해보험사(손보사) 설립을 위한 막바지 준비에 돌입했다. /더팩트 DB

"보험 사업에 마이데이터 접목 시킬 것"

[더팩트│황원영 기자] IT 공룡 네이버와 카카오가 수천만 명에 이르는 가입자 정보를 손에 쥐고 GA(보험대리점) 시장에 뛰어들었다. 네이버는 최근 보험서비스 법인을 설립했고, 카카오도 디지털 손해보험사(손보사) 설립을 위한 막바지 준비에 돌입했다. IT 공룡들의 본격적인 움직임에 보험사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언택트(Untact·비대면) 문화가 자리 잡은 가운데 온라인에 강점을 둔 두 회사가 보험 생태계를 뒤흔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지난달 22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엔에프(NF)보험서비스'라는 상호로 법인 등록을 완료했다. 자본금은 3000만 원이며, 법인 사무실은 네이버 본사와 네이버파이낸셜이 위치한 경기도 성남 그린팩토리 건물이다.

법인 등기에는 법인 설립 목적으로 △보험대리점업과 통신판매업 △전화권유판매업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콜센터 및 텔레마케팅 서비스업 등을 명시했다. 이로 미뤄보아 직접 보험상품을 개발하는 형태가 아닌, 다양한 보험사의 보험상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GA로 사업을 진행할 전망이다. 네이버는 "구체적인 일정이나 영업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하고 대출, 보험, 투자 등을 모두 다루는 종합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3월 이사회를 열고 NF보험서비스 법인 설립을 의결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회사 내에 보험 파트를 따로 만들고, 제휴를 위해 보험사들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디지털 손보사 출범 작업을 마무리 짓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현재 손보사 예비 인가 신청을 앞두고 사업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는 채용공고를 내고 인재 영입과 보험업무 전산시스템 인프라 구축에도 돌입했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인슈어테크(InsurTech) 스타트업인 '인바이유'를 인수하기도 했다.

당초 카카오는 삼성화재와 합작으로 디지털 손보사를 설립하려고 했으나 자동차보험 시장 진입 등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결별했다. 이어 카카오는 독자적으로 손보사를 설립하기로 하고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업계는 막강한 플랫폼을 보유한 네이버와 카카오가 시장에 진출하게 될 경우 보험 생태계를 흔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는 막강한 플랫폼을 보유한 네이버와 카카오가 시장에 진출하게 될 경우 보험 생태계를 흔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통장을 출시하고 금융 서비스에 고삐를 죄고 있다. /네이버 제공

네이버의 경우 이미 네이버 페이로 간편결제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최근에는 네이버통장으로 소비자 몰이에 나섰으며, 4000만명 가입자를 보유한 네이버 검색 플랫폼을 통해 막강한 데이터베이스(DB)를 쌓아 올렸다. 카카오 역시 앞서 은행·주식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며 입지를 다졌고, 4500만명이 가입한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보험 영업에 필요한 정보를 축적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언택트 트랜드가 자리 잡으면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온라인쇼핑·배달 서비스가 오프라인 소비를 대체하고 재택근무·사이버교육 등 전분야에서 디지털화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보험산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보험사가 속속 들어섰고, 보험사들 역시 비대면 서비스 확대를 위해 콜센터 업무를 전면 재구축했다. 디지털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디지털 및 IT 부서를 신설하고, 조직 재정비에 나서기도 했다.

반면, 네이버·카카오는 이미 디지털 체계를 갖추고 있다. 양사 모두 언택트 비즈니스에 필요한 막강한 유통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고, 수년간 비즈니스 경험을 축적했다. 이를 보험 산업에 접목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카카오프렌즈, 라인프렌즈 등의 콘텐츠로 복잡한 보험 상품을 비교적 알기 쉽고 친근하게 설명해낼 수 있는 잠재력도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마이데이터' 사업도 양사 보험업 진출에 날개를 달아 줄 전망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여러 금융회사와 공공기관에 흩어져 있는 금융소비자의 신용정보(금융 상품 가입 내역, 자산 내역 등)를 한곳으로 모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서비스다.

다음 달부터 본격 시행되는데 네이버·카카오 모두 마이데이터를 접목 시킨 보험 사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각각 자사 플랫폼으로 쌓아온 막강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1대1 고객 맞춤형 상품을 선보이고,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보험 시장에 뛰어들 경우 기존 금융사와는 차원이 다른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비금융분야로 얻은 막대한 고객군을 바탕으로 금융분야까지 연결해 나갈 경우 시너지 창출과 시장지배력 확대가 예상된다"고 분석이다.

wony@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