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만 대' 중고차 시장 재편 목소리 커지는 이유

지난해 11월 동반위가 중고차 판매업에 대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부적합하다고 결론 내린 가운데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허용될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더팩트 DB

'소비자 보호' 필요성 대두…중고차 시장 진입장벽 낮아질까

[더팩트 | 서재근 기자] 7년 동안 대기업 진입이 가로막혔던 중고차 시장이 재편될지를 두고 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린다.

기존 영세업체들을 중심으로 '생존권 위협'이라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고질적으로 제기되는 소비자 피해와 이에 따른 소비자 불신 등 부작용을 고려할 때 대대적인 시장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과 관련해 이해관계자들과 첫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다뤄진 핵심 쟁점은 대기업의 시장 진출 허용 여부다.

당시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한국지엠과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이 회원사로 있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측은 중고차 시장 진출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등이 즉각 반발하고 나서면서 좀처럼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대기업 진출 허용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11월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가 중고차 판매업에 대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리면서부터 본격화했다. 당시 동반위는 대기업과 소상공인과 상생방안 마련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산업경쟁력과 소비자 후생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018년 1월부터 지난 10일까지 소비자 불만 상담 건수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중고차 중개 및 매매 관련 불만 건수는 모두 2만783건으로 매년 1만 건 이상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중고차매매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 유형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차량 성능 및 상태 점검 관련 피해가 전체의 76.7%를 차지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매년 중고차 시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를 고려할 때 인증 시스템을 갖춘 대기업 진출을 비롯해 중고차 시장 재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팩트 DB

매년 중고차 매매 관련 소비자 피해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경제연구원 발표한 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 1000명 가운데 76.4%가 시장 구조에 대해 '불투명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도 소비자 후생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서도 앞서 "중고차 유통시장은 커진 규모에 비해 소비자의 안전과 권리를 담보할 제도적 장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그러나 그동안 중고차 판매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논의 과정에서 소비자 안전과 후생이 최우선으로 고려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수십조 원에 달하는 중고차 시장 규모 역시 시장 재편 필요성을 제기하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매매업자 간 이전 거래를 제외한 우리나라 중고차 판매 대수는 약 224만 대다. 이는 국내 완성차 판매량(약 178만 대)의 1.3배에 달하는 수치로 중고차 한 대당 평균 매매가격을 1000만 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연간 시장규모는 약 22조 원에 달한다.

반면, 대기업이 7년 동안 시장 진출에 발이 묶여 있는 사이 전국에는 무려 5000여 개의 중고차 매매 업체가 들어섰다. 이 가운데 중견급 업체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외국계 수입차 브랜드 20여 개, AJ셀카, K Car 등 3~4개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 자체에는 이견이 없지만, 매년 빈번하게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를 현재 시장 구조 안에서 자성적 노력으로 해소하기에는 시장 규모 자체가 너무 커져버린 상황"이라며 "인증 시스템을 구축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자체를 가로막는 것보다 기존 업체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데 민관이 협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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