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제품 중국發 저가 경쟁 고착화…선택과 집중 전략 '눈길'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재고평가 손실로 나란히 수익성이 뒷걸음질 친 가운데 일부 사업을 정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 비중이 낮은 사업을 도려 내고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투자를 강화해 악화된 경영 환경을 탈피하겠다는 전략이다.
먼저 LG화학은 반도체의 오랜 호황으로 장기간 회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대폭 정리해 눈길을 끈다. 이달 초 중국 소재산업 업체 샨샨에 LCD 편광판 사업을 1조3000억 원에 매각하는 조건부 계약을 체결했다. LG화학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LCD 시장 악화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것에 대한 선제적 조치라는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LG화학의 LCD 사업 정리를 중국 업체의 저가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도 하나의 요인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LG화학은 올해 2월 LCD 컬러 감광재를 중국 요케테크놀로지의 자회사인 시양인터내셔널에 약 580억 원에 매각하고, 유리기판 사업은 완전 철수를 선언하기도 했다. 사실상 LCD 사업을 정리하고 미래 유망 소재로 떠오르는 OLED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또한 LG화학은 최근 전남 여수 공장 내 1개 라인에서 생산하던 화학소재 무수프탈산(PA)의 사업 정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소제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PA가 최근 환경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고, 최근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로 저가 경쟁 체제로 돌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이 최근 강조하는 친환경 움직임도 이번 사업 정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지난 6일 '탄소중립 성장' 지속가능성 전략을 발표하면서 화학 공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량을 2050년까지 약 3000만 톤 가량 감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LG화학이 친환경 전환 의지에 따른 재생에너지 수급 방식 변경과 탄소 배출을 감축하는 노력 등을 통해 악화된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전지 사업이 다시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고, 화학 사업에서 요구되는 비용을 일부 절감해 실적 회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은 올해 1분기 매출 7조1157억 원, 영업이익 2365억 원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 올랐으나 영업이익은 15.8%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이다.
비교적 수익 상황이 더욱 좋지 않은 롯데케미칼도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수익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6% 감소한 3조2756억 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860억 원 손실로 전환되면서 8년 만에 분기 적자를 냈다.
이에 롯데케미칼이 꺼낸 사업 정리 분야는 울산에서 생산라인을 가동했던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이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PTA의 원료가 되는 파라자일렌(PX) 생산라인의 일부를 가동 중단하기도 했으나 연간 60만 톤 가량을 생산했던 PTA의 완전한 생산 중단은 이번이 처음이다.
PTA는 합성섬유 및 페트병의 중간원료 국내에서는 한화종합화학이 최대 생산량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최근 최대 수입국인 중국이 역시 물량 공세를 통한 저가 경쟁으로 국산 PTA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하락한 상황이다
롯데케미칼 시황이 악화된 PTA 생산을 중단하는 대신 해당 설비를 재정비해 고부가가치 사업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15일 경쟁사 한화종합화학과 PTA를 공급받는 'PTA 업무 협약식'을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롯데케미칼은 한화종합화학과 협약을 통해 지난해부터 500억 원 가량을 투자해 추진해 왔던 고순도이소프탈산(PIA)의 설비 전환을 진행한다. 글로벌 1위 수준의 PIA 생산량을 더욱 높혀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PTA 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생긴 공백을 한화종합화학의 PTA 공급으로 메우는 형태다. 양사가 보유한 생산 라인의 효율적인 운영 또한 동반되기 때문에 이번 협약은 '윈-윈(Win-Win)'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사업 분야를 정리하는 것은 경영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오랜 기간 회사의 캐시 카우 역할했더라도 국산 제품의 가격이 최대 수출국인 중국 등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결정을 내리는게 맞다"며 "특히 코로나19 사태 후 중국 업체들의 자급률이 높아지면서 화학 사업에 대한 저가 경쟁이 고착화되고 있는 만큼 유망한 미래 먹거리나 주력 사업의 비중을 늘려 수익성 제고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