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 "쿠팡 천안 물류센터 사망사고, 경찰 조사 중"
[더팩트|문수연 기자] 동원그룹이 운영하는 쿠팡 천안 물류센터 조리실에서 노동자가 사망한 가운데 쿠팡이 전날(8일) "쿠팡과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안전관리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9일 업계에 다르면 지난 1일 발생한 쿠팡 천안 물류센터 조리실 내 노동자 A씨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원청인 쿠팡은 전날 입장자료를 내고 "그동안 쿠팡은 이 사고가 쿠팡과 무관함을 누누이 밝혀왔다"며 "쿠팡이 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이 사건에 대해 쿠팡만을 당사자로 지목하고 있는 배경이 의심스럽다"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쿠팡은 "천안 물류센터의 식당은 동원그룹이 책임지고 운영하고 있다. 쿠팡은 이 식당의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다. 직원의 업무분장, 보호장구 지급 등 구체적인 작업 환경은 동원그룹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책임 관리하고 있다"며 식당 운영사인 동원홈푸드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쿠팡 측 주장과 관련해 동원그룹 측은 "쿠팡 천안 물류센터 조리실은 동원홈푸드에서 운영하는 사업장이 맞다. 운영은 동원홈푸드에서 하고, 인력관리는 파견업체인 아람인테크에서 한다"면서도 "사망 사건과 관련해 경찰 조사 중인 사안이라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함부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 사망 후 유감을 표했으나 유가족이 주장하는 바가 있어서 현재 경찰 조사 중이다"라고 말했다.
동원홈푸드는 현재 기업체, 관공서, 병원 등 350여 개의 사업장에서 단체 급식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다른 사업장과의 갈등은 없었다"며 "쿠팡의 주장과 관련해 우리가 밝힐 입장은 없다"고 강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많은 기업이 쿠팡과 동원홈푸드처럼 위탁 관계를 맺고 있는데 동원홈푸드의 책임 회피는 기업 간의 신뢰를 깰 수 있고, 노동자의 안전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산재사망 재발 방지를 위해 책임자를 가려내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1일 천안 물류센터 조리실에서 근무하던 직원 A 씨는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신고를 받은 경찰과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A씨는 동원홈푸드의 파견업체 아람인테크 소속 조리사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A씨의 사망원인은 급성심근경색으로 확인됐다. 청소 시 혼합용액을 사용하면서 '클로로포름'에 노출돼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사고 현장에 남아있던 락스와 세정제, 오븐클리너를 확보해 분석한 결과 세 가지를 희석해 섞었더니 독성물질인 '클로로포름'이 국내 허용치의 3배에 달하는 29.911㎍(마이크로그램)이 검출됐다.
고인의 남편인 최동범 씨는 증언문을 통해 "아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청소 약품의 강도가 세진다고 했다. 마스크와 방호복 등 보호장구를 지급하지 않고 락스나 오븐크리너 등 독한 약품으로 청소를 하게 했으며 고무장갑, 면장갑, 장화, 토시 등 기본적인 작업 도구도 지급하지 않고 자비로 구입해 사용하게 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