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백영재 한국필립모리스 신임 대표, 취임 100일 맞아 온라인 기자간담회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백영재 한국필립모리스(PMK) 신임 대표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취임 100일 만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 경영 포부를 밝혔다. 다만 출시 후 내리막길을 걷는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에 대한 마케팅 전략이나 실적 회복을 위한 구체적 대안은 없고, 기존 시장 상황을 읊거나 주력 제품의 기술력과 본사 비전만 강조한데 그친 간담회라는 평가도 나온다.
백영재 한국필립모리스 대표는 7일 서울 광화문 아이코스 매장에서 취임 100일을 맞아 웹 컨퍼런스 형태의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조유미 한국필립모리스 커뮤니케이션팀 팀장이 진행을 맡고 간담회 채널은 유튜브 라이브로 진행됐다. 50분 가량 이어진 온라인 기자간담회는 100여 명이 꾸준히 영상을 시청했고 댓글을 달 수 있는 시청자 권한은 주어지지 않았다.
간담회는 우선 지난 2월 한국필립모리스 대표로 새롭게 부임한 백영재 대표가 영상을 통해 소감을 밝히고 직접 아이코스 판매스토어 광화문점을 둘러보는 콘셉트로 짜여진 영상을 보는 형태로 진행됐다. 영상 속 백영재 대표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아이코스 광화문점을 찾아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아이코스와 아이코스의 제품 라인업, 과학에 입각한 기술성 등을 소개받는 모습을 그렸다.
이후 영상과 같은 옷을 입고 다시 간담회 현장에 등장한 백영재 대표는 인사를 하고 한국필립모리스로 이직하게 된 계기, 경영 포부, 주요과제 및 목표, 앞으로의 계획 등을 밝혔다.
백영재 대표는 "하루를 유튜브나 뉴스를 보면서 시작한다. 평소 테크를 좋아해 영상 피드에 전자기기가 자주 등장하는데 우연히 '아이코스'가 올라와서 눈여겨 봤다"며 "이후 필립모리스에서 오퍼가 들어와 면접과 인터뷰 준비를 위해 영상들을 찾아보니 한결 같이 나왔던 내용이 '담배연기 없는 미래'라는 회사 비전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백영재 대표는 회사의 비전이 자신의 경영 방침과 일치하다고 보고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한국필립모리스는 간담회가 이어지는 동안 백영재 대표 얼굴 옆에 '흡연을 시작하지 마세요. 흡연하고 있다면, 끊으세요. 끊지 않겠다면, 바꾸세요'라는 문구가 적힌 화면을 두세차례 띄웠다. 한국필립모리스는 기존 말보루 등 일반 담배 라인업뿐만 아니라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와 전용 스틱 '히츠'를 중심으로 판매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백영재 대표는 신임 대표로서 가장 관심을 갖고 수행해야할 사안으로 과학에 기반한 차별적인 규제 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 비연소 제품 시장의 성장 견인, 책임 있는 경영 등 3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책임있는 경영은 청소년 흡연을 방지하는 사회적 책임은 물론, 직원들에게는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것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백영재 대표는 사전에 기자들에게 미리 받아놨다는 질문 40개 중 13개를 추려 답변하는 형태로 Q&A를 진행했다. 질문은 미리 준비됐기 때문에 답변 또한 미리 준비해 온 답변을 말하는 구성으로 진행됐다. 사회를 맡은 조유미 팀장은 기자들의 질문이 기명도 있었고 무기명도 있었다고 언급했으나 질문 및 답변을 띄운 화면에는 기명을 표시하지 않았다.
백영재 대표는 침착한 어조로 미리 준비해 온 모든 답변을 이어갔다. 이제 입사 4개월 정도 돼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는 답변하기 어렵지만 정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겸손함도 보였다.
그러나 Q&A에서 한국필립모리스의 실적 하락세와 아이코스의 시장 점유율 하락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나 계획, 신제품 등에 대한 언급은 이어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기업문화, 안전 및 친환경을 강조하는 부분, 식약처 소송 승소에 대한 뒷 이야기, 취임 후 4개월 된 백영재 대표의 소회, 국민건강증진법 개정 법률안에 대한 입장, 회사를 바라보는 이미지, 찐 냄새 개선 가능성, 취임 후 어려웠던 과제, 규제에 대한 생각, 국내 시장 특징 등 한국필립모리스의 비전을 답변으로 제시할 수 있는 질문들이 주를 이뤘다. '담배 회사의 이미지 개선 노력은 '어불성설'이 아닌가' 하는 해묵은 질문을 제외하면 사실상 기존에도 나왔던 답변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다만 경쟁사의 궐련형 전자담배 등 비연소 제품 출시에 대한 질문은 시장 경쟁보다는 비연소 제품에 대한 시장 전체 규모를 키우는게 우선이라고 대답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백영재 대표는 "최근 담배시장의 동향을 보면 가장 해로운 형태의 담배 제품인 일반담배 판매량은 오히려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궐련형 전자담배의 판매량이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전자담배 시장 안에서 아이코스의 점유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전체 담배시장에서 비연소 제품의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도록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쟁사가 궐련형 전자담배 분야에서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을 저희는 환영한다"며 "비연소 제품 분야에 다른 회사들도 동참하는 것이 '담배연기 없는 미래'의 실현을 앞당길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백영재 대표는 서울대와 예일대에서 인류학 공부를 했고 2000년 컨설턴트 회사인 맥킨지앤컴퍼니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한 후 2003년 CJ그룹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전략수립담당, 2011년 블리자드코리아 대표, 2015년 구글 글로벌 디렉터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한국필립모리스를 9년 간 이끌다가 본사의 동아시아 및 호주 지역 전략 프로젝트 총괄로 자리를 옮긴 정일우 대표의 뒤를 이어 올해 2월 한국필립모리스 대표에 선임됐다.
또한 백영재 대표는 경영자로서 2017년 아이코스 출시 이후 매년 내리막길을 걷는 실적과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KT&G, BAT코리아 등 경쟁사와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존재감을 보여야 하는 과제 등을 안고 있다. 지난해 한국필립모리스의 매출액은 6831억 원으로 아이코스가 처음 출시한 2017년 8382억 원에 비해 18.5% 감소했으며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991억 원에서 442억 원으로 절반 가량 감소했다.
아이코스 기기 매출액으로 분류되는 상품 매출액이 2017년 2760억 원에서 지난해 747억 원으로 2년 새 72.9% 급락한게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평가된다. 유통업체 포스(POS)기반 담배 판매량 집계에 따르면 한국필립모리스의 올해 5월 기준 시장 점유율은 17.5%대 선을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