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불매운동 1년, 설 곳 잃은 일본 맥주 "찾는 사람이 없다"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으로 직격탄을 맞은 일본 맥주의 판매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3일 일본 맥주를 할인 판매하고 있는 GS25 매대. /마포=이민주 기자

서울 시내 편의점 10곳 중 일본 맥주 판매점 3곳 불과 "재고 처리"

[더팩트|마포=이민주 기자]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으로 직격탄을 맞은 일본 맥주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는 분위기다.

닌텐도 스위치가 '반짝' 인기를 끌면서 한때 "불매운동이 시들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지난 2일부터 이틀에 걸쳐 서울 시내 편의점 내 맥주 판매 현황을 살펴본 결과 일본 맥주의 급격한 하향세는 여전히 진행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영등포구·서대문구·마포구 소재 편의점 10곳 가운데 일본 맥주를 파는 곳은 단 세 곳에 불과했다.

일본 맥주를 파는 3곳 모두 'GS25'로 판매하는 일본 맥주 종류는 기린 이치방, 삿포로, 아사히 등 지점별로 달랐다. 그마나 일본산 맥주를 판매하는 점포에서도 해당 상품을 매대에서 잘 보이지 않는 가장 위쪽 선반이나 가장 아래 선반에 진열했다.

점주들은 "재고 처리를 위해 일본 맥주를 판매하고 있을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지점에서는 일본 맥주 진열대 앞에 'NO마진 눈물의 재고처리 옆 나라 맥주 5캔 만원'이라는 문구를 부착해뒀다.

마포구에서 GS25를 운영하는 점주는 "재고가 처리하는 것"이라며 "할인을 해도 사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의 반응 역시 여전히 싸늘했다. 마포구 소재 편의점에서 만난 한 남성은 "안 먹다 보니 습관이 된 것 같다. 막상 다른 맥주를 먹기 시작하니 딱히 일본 맥주가 더 나은 것 같지도 않다"며 "앞으로도 일본 맥주를 구매할 의향은 없다"고 말했다.

일본 맥주를 파는 점주들은 재고 처리를 위해 일본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일본 맥주인 기린 이치방이 진열된 마포구 소재 GS25 내부. /마포=이민주 기자

맥주를 판매하지 않는 편의점 점주들에 발주를 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한 목소리로 "찾는 사람이 없는 데 물건을 들여다 놓을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GS25 점주 이모 씨는 "불매운동 이후부터 발주를 안 하고 있다"며 "재고는 초반에 바짝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해 전부 판매해 버렸다. 찾는 사람도 거의 없어 별 장은 없다"고 설명했다.

대학교 앞에서 CU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불매운동 이후부터 아예 일본 맥주를 발주하지 않는다"며 "대학가라 그런지 (불매운동 영향이) 꽤 길게 가는 것 같다. 일 년이 되도 찾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 맥주가 불매운동 여파로 '묶음 할인' 명단에서 제외된 것이 판매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편의점 업계(CU·세븐일레븐·GS25)는 지난해 불매운동이 확산하자 일본 맥주를 '수입맥주 묶음 할인 행사'에서 제외한 바 있다. 행사에서 제외된 일본맥주는 아사히, 기린이치방, 삿포로, 산토리 등 10종이다.

영등포 GS25에서 만난 아르바이트생은 "간혹 아사히나 기린(이치방)이 있냐고 묻는 사람은 있다. 그마저도 두어 달에 한 번 수준"이라며 "없다고 답하면 다른 맥주를 구매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점주 역시 "아무래도 (일본 맥주가) 할인행사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찾는 소비자들이 더 많이 줄었다"며 "국산 맥주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가인 일본 맥주가 '4캔 만 원' 행사에서 빠지면서 할인이 적용되는 다른 수입 맥주 브랜드 또는 국산 맥주를 사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편의점 관계자는 일본 맥주 판매가 줄면서 점포에서 취급하는 일본 맥주 종류 역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3일 대학가 앞에 위치한 GS25 맥주 매대 모습. /마포=이민주 기자

이같은 일본 맥주 불매 경향은 편의점 업체가 발표한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일본 맥주 매출 하락 폭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지고 있다.

3일 CU 운영사 BGF리테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일본 맥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7.6% 떨어졌다. 지난 1분기에는 96.4%, 지난해 4분기 95.2%, 지난해 3분기에는 80% 하락했다.

일본 맥주의 빈자리는 국산 맥주가 차지했다. CU 국산 맥주 매출 비중은 1월 49.6%, 2월 49.7%, 3월 50.3%, 6월 50.5%까지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국산 수제맥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1.5% 신장한 바 있다. 올해 1~6월 매출 역시 390.8% 늘었다.

세븐일레븐 올해 상반기 일본 맥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3.5% 감소했으며, GS25 6월 일본 맥주 매출은 98.9% 떨어졌다.

GS리테일 관계자는 3일 "발주는 매출과 비례하기 때문에 거의 없다. 일본 맥주 판매가 줄어들면서 점포에서 취급하는 일본 맥주 종류 또한 상당수 감소했다"며 "지난해 기준 맥주 매출 베스트 10위에 아사히(1위)를 포함한 일본 맥주가 3종 포함돼 있었으나 올해에는 10위 안에 포함된 일본 맥주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minj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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