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중국 직수출 통해 대응 가능…상황 예의주시할 것"
[더팩트│최수진 기자] 반도체 업계의 긴장이 연일 계속되는 분위기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업계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최근 미국이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까지 박탈하자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한국시간) 미국 국무부와 상무부는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커지자 이에 대한 보복 조치의 일환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판단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홍콩의 자유를 박탈하는 중국 공산당의 결정은 우리의 정책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며 "미국은 오늘 미국산 군사 장비의 수출을 종료한다. 또, 미국 국방 및 이중용도 기술에 대해서는 중국 제재와 동일한 방식으로 홍콩을 제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도 "수출 허가 예외 등 현재 홍콩에 주고 있는 특혜는 중단됐다"며 "추가 조치도 검토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미국의 결정이 국내 반도체 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홍콩은 △자금 조달에 용이한 환경 △낮은 법인세 △무관세 혜택 등으로 아시아의 '금융·물류' 허브로 꼽혔다. 이에 따라 중국으로 보내는 수출 물량을 우회하는 통로로 홍콩이 활용돼왔다.
실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대홍콩 수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 중국, 미국, 베트남에 이어 4번째다. 총 수출액의 69.8%는 반도체에 해당하며, 이 가운데 90%에 가까운 비중이 중국으로 재수출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시킬 경우 수출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중국으로의 직수출 환경이 과거 대비 개선된 만큼 수출 전략 일부를 변경하면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홍콩으로 향하는 비행편이 중국 등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많았고 육상 운송수단도 발달해서 고객사들이 홍콩을 선호했었다"며 "이로 인해 홍콩을 경유해 중국으로 들어가는 물량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형이며, 지금은 그 비중이 줄어든 상태다. 현재는 홍콩 경유 안 해도 될 만큼 중국의 물류 상황이 충분히 좋아졌기 때문에 중국으로 직접 수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홍콩을 통해 중국으로 향하는 수출 물량이 적어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다만, 미국추가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보니 상황이 악화될 경우 물류나 통관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향후에 미국의 추가 발표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생길 경우 중국 본토 거래를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문제없이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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