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내 집 마련 문턱...'청약 광풍' 더 거세진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에는 1순위 청약 통장 15만9003개가 몰렸다. /더팩트 DB

공급 부족 우려…올해 상반기 '역대급' 청약 통장 쏟아져

[더팩트|윤정원 기자] 올해 상반기 서울에 1순위 청약 통장이 대거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6‧17 부동산 대책 발표로 재개발‧재건축 시장 위축이 점쳐지는 가운데 하반기 청약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26일 한국감정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에는 1순위 청약 통장 15만9003개가 몰렸다. 2010년 이래 최대치다. 서울의 경우 지난 2018년 상반기 청약 통장이 11만9030개로 처음 10만개를 돌파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통장이 8만551개로 줄어들었으나 올해 상반기 다시 10만개를 넘기며 정점을 찍었다.

청약경쟁률도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서울은 투기과열지구에 속해 최고 강도의 규제를 적용받고 있음에도 100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 8일 1순위 접수를 받은 서초구 '르엘신반포 파크애비뉴'(98가구 공급)와 지난달 분양한 동작구 '흑석리버파크자이'(326가구 공급)에는 각각 1만1205명, 3만1277명이 몰리면서 114.3대 1, 95.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 당첨 가점도 고공행진을 지속 중이다. 현재 서울 청약 시장은 강남권이 아니더라도 가점이 최소 50점대는 돼야 명함을 내밀 수 있을 정도다. 지난달 1순위 청약에 돌입한 동작구 흑석리버파크자이의 평균 청약 당첨 가점은 68.9점으로 나타났다. 흑석리버파크자이는 서울에서 1년 5개월 만에 84점 만점 통장이 나온 곳이기도 하다. 지난 4월 공급된 양천구 '호반써밋목동'의 가점도 66.5점을 기록했다. 이달 15일 1순위 접수를 받은 '상도역 롯데캐슬'의 평균 청약 당첨 가점 또한 54.86점에 달했다.

6‧17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가운데 하반기에도 청약 쏠림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시세 대비 분양가가 낮은 '로또 청약'에 대한 기대감과 공급 부족 우려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청약의 인기가 극에 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반기에도 청약 쏠림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기존 인기도 상당한데 지난주 발표된 6.17 부동산 대책이 더욱 불을 지필 것이라는 견해다.

6‧17 대책에는 정비사업 규제가 상당수 포함됐다. 정부는 수도권 투기과열지구 내 조합이 설립되지 않은 재건축 단지의 경우 2년 이상 거주기간을 채울 시에만 분양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여기에 오는 9월부터는 서울, 수도권 재개발 아파트의 임대 주택 의무 공급 비율이 기존 15% 이내에서 최대 30%까지로 늘어난다. 재개발 단지는 사업의 공공성 때문에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지어야 한다.

재건축 단지 의무 거주기간은 사업을 더디게 할 수 있는 요소로,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임대주택 의무 공급 비율이 높아지면 일반 분양 물량이 줄어 수익성이 떨어지고, 수익성 하락에 따라 공급 물량이 줄어드는 게 수순이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재건축이 막힐수록 중장기적으로 서울의 주택공급량만 더 부족해진다. 전세가격은 급등해 역으로 실수요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청약 관련한 규제가 전혀 포함되지 않은 것도 향후 청약 광풍을 더욱 거세게 만들 요소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는 재개발‧재건축만 투기의 온상으로 밀어 넣고, 청약은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수단이라면서 건들지 않는다. 하지만 청약에 당첨되는 인원은 극소수고, 그들만이 로또를 누리게 된다. 계속해 청약 열풍만 거세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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