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로 지급된 금액 95% 다음달 1일 정산
[더팩트│황원영 기자]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동참한 9개 카드사(KB국민·NH농협·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카드)가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액을 다음 달 1일 정산 받는다. 그간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왔던 카드사들은 많게는 수조 원에 이르는 금액을 정산받을 수 있어 한숨 돌리는 모습이다. 업계는 긴급재난지원금 정산 이후 카드사들의 실적에 주목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에 따른 수수료 수익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와 지자체들은 다음 달 1일 긴급재난지원금 충전금액의 95%를 카드사에 지급하기로 했다. 이달 3일 기준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은 13조5428억 원이다. 이 중 9조5866억 원이 신용·체크카드로 지급됐다.
신용·체크카드 지급액 중 64% 수준인 6조1553억 원이 이미 가맹점 등에서 사용됐다. 소비자가 신용·체크카드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한 경우 카드사는 자체 자금으로 가맹점에 우선 지급한다. 카드 승인일로부터 2일 이내에 결제 대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충전금액의 95%를 정산해주면 자금 조달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위권 카드사의 경우 정산받을 금액이 1조~2조 원에 달한다.
긴급재난지원금 재원은 국비 약 80%에 지방비(시도비와 시군구비) 20%를 더해 마련되며, 각 시군구가 카드사에 지급한다. 정부와 카드사들은 시군구가 각 카드사에 지급할 규모를 산출하고 송금 계좌를 개설하는 등 필요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는 긴급재난지원금 충전금액 정산 이후 카드사의 수수료 수익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에 따른 카드사 수수료가 최소 8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카드사의 배만 불린다는 비판이 일었기 때문이다.
신용·체크카드로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 약 10조 원에 연매출 3억 원 미만 영세가맹점 신용카드 수수료율인 0.8%를 적용해 단순계산할 경우 카드사는 수수료로 800억 원 이상을 챙기게 된다. 정부가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해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카드사가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카드사들은 결제 승인·중계를 담당하는 VAN(부가통신업자)사에 지급해야 할 수수료, 재난지원금 신청에 따른 직원들의 시간외 수당, 문의 사항에 대비한 콜센터 운영 등의 비용을 고려하면 이익을 챙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에만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며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실제 카드사들은 일반 결제와 긴급재난지원금 결제 구분하는 신규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막대한 비용을 사용했다. 카드 신청자와 사용액 증가에 대비한 서버 증설 작업도 진행했는데 수억 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카드사들은 카드결제 대금 조달을 위해 1~2%대의 이자도 부담하고 있어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수익성이 아니라 사회적 기여 차원에서 진행했다"며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들어간 제반 비용을 고려하면 수수료로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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