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재 찾기 힘들다" 자원재활용법 시행 앞둔 화장품업계 고민 여전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기업은 오는 9월 자원재활용법 계도기간 만료를 앞두고 친환경 용기 교체 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자원재활용법 계도기간 9월 24일 만료…중소업체 "대안 없다"

[더팩트|문수연 기자] 재포장금지법 도입 문제를 두고 식품업계는 물론 판매 채널인 대형마트 업계 안팎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화장품 업계도 '친환경 법안' 도입을 앞두고 곳곳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환경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면서 지난해 12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이 시행, 오는 9월 24일 계도기간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서둘러 대체재 마련 작업에 나섰지만, 중소업체의 경우 교체 비용에 대한 부담 외에도 포장 용기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자원재활용법 계도기간 만료를 앞두고 기업별로 제품 용기 교체 작업이 한창이다. 재활용이 어려운 폴리염화비닐(PVC)가 함유된 용기 사용이 더이상 불가능해진데다 포장재도 등급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정부는 계도기간이 끝나면 용기 재활용의 난이도에 따라 최우수·우수·보통·어려움 등급을 매기고, 기업에서는 하위 등급으로 판정 난 제품 겉면에 '재활용 어려움'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 또 등급에 따라 환경 부담금을 최대 30%까지 추가 부담해야 한다.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프리메라는 최근 레스 플라스틱 실천의 일환으로 지속가능한 종이 패키지 세트를 출시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 환경보호 정책 대비해 대대적 변화 나선 대기업

정부의 방침에 따라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기업들은 제조라인 증설, 포장재 변경 등을 시행하고 있다.

먼저 아모레퍼시픽은 '레스 플라스틱(Less Plastic)' 실천을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자사 브랜드 프리메라가 '지속 가능한 종이 패키지' 세트를 출시했다. 제품 용기(병)는 재활용이 용이한 무색 투명 유리 용기를 사용하고, 플라스틱 사용이 필요한 캡에는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 후에 용기에서 쉽게 떨어지는 이지 리무버블 라벨을 적용하는 등 분리·배출이 용이한 '지속 가능한 패키지'를 적용했다.

아울러 아모레퍼시픽은 친환경 기업 테라사이클과 지난해 6월 '공병 재활용'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매년 100t씩 플라스틱 화장품 공병을 수거해 100% 재활용하고, 2025년까지 제품과 집기 적용 비율은 5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20 월드스타 패키징 어워드'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레이어링 커버 쿠션은 쿠션과 컨실러를 하나의 용기에 담아냄으로써 기존보다 자원 활용도를 높였으며, 사용한 용기는 쉽게 분리 배출할 수 있는 구조를 적용했고, 제품은 FSC 인증받은 종이 상자로 포장해 환경친화 요소를 더했다.

LG생활건강은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친환경 포장재 상품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지난해 포장재 몸체와 부자재(마개, 라벨 등) 모두 폴리프로필렌(PP) 재질로 구성한 피지 파워젤, 한입 베이킹소다 담은 세제 등 세탁세제 6종이 한국 포장재 재활용사업 공제조합으로부터 포장재 재활용 1등급을 받았다.

또한 미세 플라스틱 성분을 뺀 섬유유연제인 '샤프란 아우라'를 리뉴얼해 출시하는 등 친환경 제품 개발과 그린 패키징 구현에 힘쓰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 맞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친환경 제품을 개발해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자원재활용법 계도 기간 만료를 앞두고 대기업들이 서둘러 대체재 마련 작업에 나서는 것과 달리 중소업체의 경우 교체 비용에 대한 부담 외에도 포장 용기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소재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팩트 DB

◆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중소기업 "여력 없다"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용기 교체 작업에 나서고 있는 반면, 중소업체들은 대체재 마련에 난항을 겪는 분위기다.

자원재활용법에 따르면 화장품의 경우 거울이 붙어있는 팩트와 알루미늄 캔 소재의 헤어스프레이가 '어려움' 등급에 해당하며, 생활용품의 경우 불투명 유색 플라스틱 용기에 든 샴푸나 린스 등이 포함된다.

시중에 유통되는 다수 상품이 '어려움' 등급에 해당하는 만큼 대대적인 생산공정 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제조 설비가 구축된 대기업과 달리 중소 화장품 업체들은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심지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화장품업계가 타격을 입으면서 올해 1분기 매출이 크게 줄었기에 생산공정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기존 유색 플라스틱 용기는 물론 스킨, 로션 등에 주로 사용하던 유리병 포장재도 '어려움'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용기 교체를 하지 않을 경우 부과될 환경 부담금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 플라스틱 용기를 줄여야 하는 것은 맞지만 화장품 품목수가 워낙 많고 용기 구조가 복잡해 계도기간 내에 대체재를 찾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munsuye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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