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업계 "쌍용차, 정부 지원 없으면 인력 구조조정 불가피"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쌍용자동차(쌍용차)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모기업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이 쌍용차에 대한 신규 투자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힌 지 2개월여 만에 '마지막 동아줄'이었던 정부의 기간산업안정기금 대상에서도 사실상 제외됐기 때문이다.
비핵심자산 매각과 임원 삭감을 비롯한 쌍용차의 자구 노력에도 산업은행이 '책임 있는 노력'을 지원 전제로 제시하자 완성차 업계에서는 "대대적인 인력 구조조정 외에는 해법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 '차 떼고 포 뗀' 쌍용차, '더 떼라는' 산은…온도 차 뚜렷
19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노사는 비상경영 체제 전환 이후 연일 경영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쌍용차는 2000억 원의 기간산업안정지금 없이는 당장 다음 달 만기가 도래하는 900억 원 규모의 산업은행 채권과 마힌드라가 보증을 선 외국계 차입금 문제를 해소할 만한 여력도 빠듯하다. 만기 연장 가능성이 열려있다 하더라도 근본적인 자금 지원 없이는 임시방편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산업은행이 제시한 지원의 '전제조건'을 바라보는 양측의 뚜렷한 시각차다. 지난 17일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쌍용차에 대한 지원 전제 조건으로 '회사 측의 책임 있는 노력'과 '지속 가능성'을 제시했다.
쌍용차 측은 공식적으로 견해를 밝히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미 노사 간 협력으로 임금 삭감을 비롯한 각고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쌍용차는 지난해 9월 학자금 지원 및 의료비 지원 등 20개 항목의 복지 중단을 단행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상여금 200% 및 생산장려금 반납, 연차 지급률 축소(150%→100%), 제도개선 OT 수당을 반납하는 등 고강도 자구책을 마련했다.
아울러 지난 1일에는 비핵심 자산 매각 등 자산 구조조정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및 투자재원 확보의 일환으로 서울 구로동에 있는 1만8089㎡ 규모의 서울서비스센터 매각 계약을 체결하는 등 자구노력으로 지금까지 약 3000억 원(마힌드라 400억 원 지원 포함)의 '실탄'을 확보했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쌍용차는 업계에서 가장 먼저 올해 노사 임금협상을 매듭지었다. 특히, 지난해 노사가 합의한 임금 삭감 결정으로 임직원들의 연봉만 어림잡아 1인당 1500만 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매년 노조와 불협화음으로 몸살을 앓는 국내 완성차 업계의 상황을 비추어볼 때 꽤 의미 있는 선례"라고 말했다.
◆ 쌍용차 "매년 매출의 5% 이상을 연구개발에 썼는데…"
회사 수익구조를 두고도 견해차가 뚜렷하다.
쌍용차는 올해 1분기(영업손실 986억 원)까지 무려 1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산업은행이 기간산업안정기금 대상에서 쌍용차를 제외한 것 역시 이 같은 경영 실적과 무관하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태 이전부터 이미 수익성에 경고등이 들어온 만큼 지원 대상에 포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쌍용차는 매년 매출에서 차지하는 연구개발(R&D)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다.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신차개발 등에 공격적인 투자가 불가피했고, 실제 매년 매출 대비 R&D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타사 대비 두 배 이상인 5% 수준을 차지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쌍용차가 프로젝트명 'C300'으로 개발에 착수한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란도'의 경우 약 4년 동안 3500억 원의 개발비를 들여 완성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모기업의 지속적인 투자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판매 증대 등이 뒷받침됐다면 수익성 제고를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겠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시장 판매가 급감하면서 모기업조차 신규 투자 계획을 철회하는 등 어려움에 직면했다"라고 말했다.
◆ 완성차 업계 "산은 메시지, 사실상 구조조정 압박"…쌍용차 "아직 검토 없어"
완성차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의 이번 메시지가 사실상 인력 구조조정 주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AS센터 부지를 임대조건으로 정리하고, 임직원들의 급여를 두 자릿수 이상 줄이는 자구노력 외에 쌍용차가 추가로 할 수 있는 방안은 기존 인력을 줄이는 일 외에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은행 측에서도 쌍용차의 안팎 상황을 모를 리 없는 상황에서 추가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것은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라는 압박이나 다를 바 없다"라며 "그러나 최근 10년 넘게 지속해 온 해고노동자 복직 문제에 매듭을 지은 상황에서 쌍용차가 또다시 인력 감축 카드를 내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과 관련해 쌍용차 측은 "직접 고용 중인 5000명을 포함해 전국 영업점과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수만여 명이 쌍용차에 의지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라며 "고용 안정이라는 공감대 속에 무려 '11년 무분규'라는 선례를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과 노력이 뒤따랐는지 잘 알고 있는 만큼 구조조정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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