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 낙관 이르다는 전망도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급감했던 국제 유가가 두 달만에 빠르게 회복세에 접어들며 유가에 제품 가치 영향을 받는 국내 정유사들이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동시에 유가 상승을 시장 상황 개선으로 낙관하기에 아직은 이르다며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1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는 이달 들어 개선된 정제마진을 통해 주요 제품의 수요 반등 여지를 주목하고 있다. 한 업체에서는 정유사의 손익을 따지는 지표인 정제마진이 이달 최대 배럴당 8달러 선까지 오르며 손익분기점인 4~5달러를 넘어섰다는 후문도 있다.
업계도 최근 분위기를 반기는 모양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항공 운행 감소로 재고가 쌓였던 항공유가 지난 5월 초 황금연휴 때 국내선 여객 수요 증가를 기점으로 마진이 소폭 개선됐고,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에 따른 운송류 등 유류 수요 증가로 정유사 제품의 전반적인 수요가 회복될 여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증권가에 따르면 정유4사의 주요 수출국 중 하나인 미국 휘발유 수요가 지난주 코로나19 이전의 80% 수준까지 회복하기도 했다. 정유사의 주요 제품인 휘발유의 가격 추이를 공시하는 한국석유공사 오피넷도 이달 들어 국제 휘발유 가격이 코로나19 여파가 본격적으로 발현하기 시작한 3월 이후 3개월 만에 배럴당 40달러 대로 올라섰다고 밝히며 정유사의 점진적인 업황 개선을 대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올해 1분기 '역대급' 손실을 냈던 정유4사의 수익성이 개선세를 보이려면 아직 이르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더욱이 업황 사이클이 통상 3년 여 주기로 반복되는 정유업 특성상 코로나19라는 변수가 없었어도 올해 다운사이클에 접어들고 있었기 때문에 수익성 반등으로 이어지려면 최소 1년 이상은 소요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국내 정유4사는 올해 1분기 도합 4조4000억 원의 분기 적자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지난해 벌어들인 연간 총 영업이익이 3조1000억 원임을 감안하면 1년 치 벌어들인 수익을 3개월 만에 소진했으며, 호황기였던 2018년 이후 3년 여만의 일이기도 하다.
또한 코로나19 이후에도 정유사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불확실한 요소가 여전히 남아 있어 올해 수익성 반등을 경험하는 건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글로벌 시황을 좌우하는 중국과 미국, 유럽 등이 코로나19 이후 경제 부양 의지에 따라 대규모 투자나 설비 증설을 계획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석유전쟁 재발 및 코로나19의 재확산 우려 등이 업계 전망을 어둡게 하는 불확실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올초 제품 가치 손실이 반영되며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6월 이후 각종 지표가 회복되며 점진적 마진 개선이 예상되고 있다"며 "다만 불확실한 요소도 여전히 남아 있어 나름의 대비와 함께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최근 회복세를 보이는 유가 역시 저점을 찍었던 세계 경제 시장의 반등에 따른 일시적 과잉 공급으로 실물 경제 흐름을 앞서갔을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