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시즌 다가왔는데" 여행업계 예약률 '제로(0)'에 깊어지는 주름

여름 휴가 시즌이 다왔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여행 수요가 줄어들면서 국내 여행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덕인 기자

6~8월 패키지여행 예약증감률 -99%…2분기 매출 70% 감소 전망

[더팩트|한예주 기자] 여름 휴가 시즌이 다가왔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여행 계획을 미루거나 취소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여행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주력 사업인 해외여행을 뒤로하고 다양한 국내여행 상품을 내놓는 등 돌파구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자유여행 비중이 높아 수익성 제고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어 우려가 깊어지는 모양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6~8월 여행사들의 패키지여행 예약증감률이 -99%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당초 2분기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단체여행 패키지 상품 등 주요 예약을 받는 성수기이지만, 올해는 사실상 예약이 '제로(0)' 상태다.

평소라면 6월부터는 이미 여름 성수기 휴가 시즌 해외여행 상품은 매진이 됐거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지만, 올해는 신규 상품은 물론 예약 자체가 전무한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올해 전 세계를 할퀸 코로나19 여파가 컸다. 올 한 해 해외여행 계획 자체를 접은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입국하면 '2주 자가격리'를 해야 해 국내여행을 오는 외국인 관광객도 거의 없다. 지난 4월 해외여행을 가려는 출국자는 3만1425명으로 지난해 동월(224만6417명)보다 98.6% 급감했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2만9415명으로 98.2% 줄었다.

국내에서 일부 국제선 항공편 운항이 재개되고, 관광을 주요 수입원으로 하는 유럽 일부 국가가 외국인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지만 아직 시민들의 해외여행 심리를 회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여름 해외여행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이미 (여름시즌에) 예약됐던 건들도 2~3월경 대부분 취소됐고 신규예약도 없다"고 말했다.

여행업계는 국내여행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수익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임세준 기자

여행사들은 여름 휴가철 해외여행 패키지상품 판매 등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고 '건강', '힐링' 등을 앞세운 국내여행 틈새시장 공략에 고심 중이다.

특히, '집콕' 장기화 등으로 심신의 피로가 커지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웰니스(Wellness)' 관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숲 걷기', '건강한 밥상', '명상' 등의 특화상품을 앞장세우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새로운 콘셉트의 소규모 힐링 여행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

그러나 대부분의 국내여행의 경우 패키지여행 대비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자유여행 비중이 높아 실적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여름 휴가 시즌에 국내여행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지만 여행사를 통해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국내 여행 활성화가 현지 식당·숙박시설·관광지에는 도움 되지만, 여행사에는 아직 체감할 정도의 변화가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주요 대형 여행사들의 2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0% 넘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하나투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전망치는 50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37억 원)보다 74.1%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영업손실은 275억 원으로 예상된다.

업계 2위 모두투어의 2분기 매출액은 146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706억 원)보다 79.3% 감소하고, 영업손실은 115억 원으로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되거나 확진자수가 급격히 줄어들지 않는 이상 영업 자체가 쉽지 않은 만큼, 현재 사태가 수그러질 때까지 살아남는 게 관건이라고 말한다. 이는 규모가 큰 업계 상위사업자에게 유리하며, 여행이 재개되기만 하면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져 실적 개선이 가파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현존 여행사 대부분이 정부 지원금 없이 버티기 힘들거나 사라져가는 과정"이라며 "결국 살아남은 자가 패키지여행(PKG) 시장 내 시장점유율(M/S) 상승과 증익을 향유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는 2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을 정리한 결과, 매출 하나 없이 고정비 지출만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이 7.5분기인 하나투어와 6.1분기인 모두투어 등 대형사가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hy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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