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구속 사유 '3요소' 충족 '글쎄'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여부를 결정짓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 중인 가운데 재계 안팎에서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과연 정당한지를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부회장의 경우 불분명한 주거지,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등 형사소송법상 구속의 사유에 해당하는 '3요소'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8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법원에 출석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는 이날 늦은 밤이나 9일 새벽쯤 결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만일 피의자 심문 절차를 마친 이재용 부회장은 서울구치소에서 영장 심사 결과를 기다리며 대기할 예정이다. 만일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1년이 훌쩍 넘게 수사를 진행해 온 검찰의 입지가 좁아지겠지만, 반대의 경우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2월 국정농단 관련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석방된 지 2년 4개월 만에 다시 구속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삼성 앞에 놓인 초유의 위기 상황에 경제계 역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사실상 기각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관측이 나온다. 형사소송법 제70조에 명시된 구속 사유를 살펴보면, 구속을 확정하는 요소는 크게 3가지다.
먼저 일정한 주거지의 유무다. 이 부회장의 자택은 이미 일반에 알려진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논란이 불거진 해고노동자 문제를 두고 시민단체가 이른바 '삼겹살 폭식 투쟁'이 벌어진 장소 역시 이 부회장의 자택 앞이다. 도주의 우려 역시 국내 최대 대기업의 총수라는 상징성만으로도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데 핵심 사유로 꼽은 증거인멸 가능성 부분에 관해서도 재계의 시선은 달갑지 않다. 1년 8개월여 동안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삼성을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 횟수는 50여 차례, 관련인 소환 조사는 430여 회에 달한다.
특히, 앞서 사정 당국이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청구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된 사례 역시 '정당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다. 검찰은 지난해 5월과 7월 각각 증거인멸 교사 혐의, 분식회계 의혹 사건과 관련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영장전담 재판부(부장판사 명재권)가 "주요 범죄의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증거가 수집돼 있다"면서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과 삼성에 대한 전례 없는 고강도 수사를 벌인 검찰이 범죄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다면 인멸할 증거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며 "검찰의 주장대로 증거 인멸 우려가 있었다면, 1년 8개월 가까이 관련 수사가 이어진 상황에서 굳이 현시점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역시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00년대 들어 법원은 '공판 중심주의' 기조 속에 불구속 수사·재판을 견지해 왔다"라며 "이는 형사소송법상 수사기관의 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병폐를 해소한 변화다. 더욱이 이번 삼성 관련 수사의 경우 각계에서도 유무죄 성립 여부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고, 사실관계가 복잡한 사안임에도 구속기소를 감행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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