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이 가치 부풀렸다"던 삼바, 회사 '커지고' 물산 주주 '득 봤다'

검찰이 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자본시장법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및 주식회사등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동률 기자

재계 "10년 넘은 삼성 '바이오 프로젝트', 이미 가치 증명했다"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검찰이 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국내 유가 증권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는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검찰이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위해 가치가 부풀려진 회사'로 낙점한 삼성바이오가 국내 시가총액 3위까지 올라서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자 경제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사정 당국이 유죄를 입증할 만한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이날 이재용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자본시장법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및 주식회사등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위반 혐의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23.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삼성바이오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위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도록 지시했다는 게 검찰 측의 판단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장부상 가치를 '뻥튀기'해 지분을 갖고 있던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인위적으로 산출하고,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제일모직과 합병으로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 지분 43.44%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삼성바이오 시가총액(4일 기준 43조7200억 원)으로 환산하면 삼성물산 회사 전체의 시가총액과 맞먹는 18조 원에 달한다. 삼성물산 주주들은 합병 이후 오히려 2배 이상의 이익을 보게 된 셈이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양사 합병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매출 규모는 당시 670억 원에서 지난해 7016억 원으로 10배 이상 늘었고, 글로벌 바이오 CMO 순위에서도 독일의 베링거인겔하임과 스위스 론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이 3공장 바이오리액터 가동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합병 당시 삼성이 추정한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는 18조 원 규모다.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를 산출하는 과정을 둘러싼 양측의 공방은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관련 재판 때부터 다뤄져 왔던 사안이다. 그러나 삼성이 삼성바이오의 미래 비전을 제시한 시기는 그보다 훨씬 앞선 지난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며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발광 다이오드(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를 5대 신수종 사업으로 낙점했다. 이후 1년 뒤인 2011년 삼성은 '바이오 제약'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바이오·의약 분야의 TSMC'를 표방하며 삼성바이오를 설립했고, 매년 세계 최대 바이오 전시·콘퍼런스 등에 참가해 글로벌 고객 및 잠재 투자자를 대상으로 사업현황 및 중장기 비전을 제시하며 외연확장을 위한 담금질에 나섰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줄곧 선대가 낙점한 미래 신수종 사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피력해왔다. 실제로 지난 2014년 보아스포럼에 참가한 이 부회장은 "의료 및 헬스케어 사업과 IT를 접목하면 엄청난 사업 기회를 잡을 수 있다"라며 해당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합병 이후 삼성바이오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회사 매출은 지난 2015년 670억 원에서 지난해 7016억 원으로 10배 이상 늘었고, 글로벌 바이오 CMO(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전문기업) 순위에서도 독일의 베링거인겔하임과 스위스 론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국내 시가총액 3위까지 올라서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자, 경제계 안팎에서는 사실상 검찰이 유죄를 입증할 만한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팩트 DB

그러나 검찰은 그간 재판 및 수사과정에서 지난 2015년 삼성바이오의 지분법 전환 회계 처리가 '불법적 분식 회계'라는 판단을 굽히지 않았다. 검찰의 이 같은 주장에 재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애초 형법상 유무죄를 가릴 수 없는 사안"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 방식과 관련해 이전 정부 금융 당국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음에도 현 정부들어 금융감독원이 '문제가 있다'고 태도를 바꾼 것 역시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앞서 SNS를 통해 "벤처캐피탈 회사들이 연간 1조 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고,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쿠팡의 기업가치를 90억 불(10조 원)이라고 판단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객관적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미래 가치이기 때문이다"라며 검찰과 금융 당국의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사법리스크에 발목을 잡힌 기간만 5년이다. 웬만한 기업으로서는 버틸 수 없는 수준이다"라며 "삼성이 줄곧 주장해왔던 삼성바이오의 성장 가능성과 미래 가치는 이미 시장에서 증명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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