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1등은 없다" 과자·라면에 가정간편식까지…식품업계 '지각 변동'

CJ제일제당의 비비고죽이 지난 4월 기준 동원F&B의 양반죽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국내 상품죽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문수연 기자

'역전하거나 위협하거나' 식품업계 2위의 반란

[더팩트|문수연 기자] 식품업계의 지각변동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식품회사들마다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신제품 개발과 새로운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시장 내 '만년 1위' 타이틀을 쥐고 있던 제품들을 위협하는 '신흥강자'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변화는 라면과 음료, 가정간편식 분야에 이르기까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업계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들어 가장 변화세가 뚜렷한 분야는 상품죽 시장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으로 CJ제일제당은 해당 시장에서 처음으로 동원F&B를 제치고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양반죽'을 앞세운 동원F&B가 2위로 밀려난 것은 무려 28년 만이다.

양반죽은 지난 1992년 출시 후 지난해까지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었지만 국내에서 생소했던 상온 파우치죽을 전면에 내세운 CJ제일제당이 2018년 '비비고죽'을 출시한 뒤 이듬해 양반죽의 시장점유율은 60.2%에서 43.4%로 떨어졌다.

이후 상품죽 전체 시장의 6%에 불과했던 파우치죽 카테고리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올해 1분기 49%까지 늘어나면서, 지속적인 라인업 확대를 이어간 비비고죽이 트렌드에 한발 뒤처진 양반죽을 앞질렀다.

팔도비빔면에 맞서기 위해 오뚜기, 농심, 풀무원, 삼양식품 등 다수 식품업계가 비빔면을 출시했다. /문수연 기자

라면업계에서도 '원조'를 위협하는 신흥강자의 기세가 매섭다. 오뚜기, 농심, 풀무원, 삼양식품 등 다수 식품업계가 출사표를 던진 비빔면 시장이 대표적이다. 지난 1984년 출시 이후 30년 이상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팔도의 '팔도비빔면'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년 대비 15% 늘어난 1억1500만 개의 판매량을 기록, 해당 시장에서 64.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원조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올해는 경쟁사의 신제품의 상승세가 뚜렷해지면서 판도 변화를 점치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오뚜기가 지난 3월 출시한 '진비빔면'은 출시 2개월 만에 2000만 개 이상이 팔리며 추격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농심의 '칼빔면' 역시 사전판매 당시 5000세트가 팔린 데 이어 정식 출시 이후 두 달 동안 700만 개가 추가 판매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롯데칠성음료와 동서식품은 RTD 커피 시장에서 신제품 출시에 열을 올리며 치열한 1·2위 경쟁을 펼치고 있다. /문수연 기자

이외에도 '레디 투 드링크(RTD)' 시장에서는 '레쓰비'와 '칸타타'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롯데칠성음료와 'T.O.P'를 앞세운 동서식품 간 1·2위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RTD 커피 시장 규모는 1조3126억 원으로, 전년(1조2547억 원) 대비 3.4% 성장했다. 업체별 점유율로 살펴보면, 롯데칠성은 26.4%로 1위를 차지했고, 동서식품이 23.5%로 뒤를 이었다.

롯데칠성음료가 대용량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 지난 3월 500ml 용량의 '레쓰비 그란데라떼'를 출시하며 방어전에 나선 가운데 동서식품이 지난달 27일 컵커피 제품인 '맥심 티오피 너티 카라멜 에스프레소 라떼'를 출시하며 추격에 고삐를 쥐면서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한 식음료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소비자들의 소비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빨리지고 있다"라며 "각 분야 '원조'로 꼽히는 제품의 경우 오랜 시간 축적한 브랜드 충성도가 장점으로 꼽히지만,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안주할 경우 언제든지 1위를 내줄 수 있는 시장환경이 조성되면서 업체 간 눈치싸움도 갈수록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munsuye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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