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삼성 변화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삼성이 변화 속도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
화성 캠퍼스와 더불어 반도체 핵심 생산거점인 평택캠퍼스에서 수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이 수면에 올랐고, 355일 동안 고공농성을 진행해 온 해고 노동자 김용희 씨와 합의점을 찾은 데 이어 삼성 사장단은 3년 만에 '건전한 노사관계 구축'을 주제로 열린 강연을 듣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달 초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 한 달도 채 안 된 시점에서 일련의 모든 과정이 이뤄지면서 업계의 시선은 오는 4일로 예정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 회의에서 나올 후속 조치와 더불어 추가로 전개될 삼성의 변화에 쏠리는 분위기다.
2일 삼성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2021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지난달 경기도 평택캠퍼스 2라인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위한 클림룸 공사에 착수했다. 새 라인 구축에 필요한 투자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최소 8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달 21일 극자외선(EUV) 기반 최첨단 제품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자 평택캠퍼스에 업계 추산 10조 원 규모의 파운드리 생산시설 구축에 나섰다고 밝힌 지 2주도 채 안 된 시점에서 또다시 '통 큰' 투자에 나선 배경과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은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를 목표로 초격차 전략 수립에 나선 이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4월 화성캠퍼스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 당시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한 1등'을 할 수 있도록 사람과 기술에 대한 투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라며 '메모리 반도체 1등'에서 '비(非)메모리 반도체 1등'으로의 체질 개선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올해 들어서도 이 부회장의 이 같은 의지는 임직원들에 대한 격려 메시지를 비롯해 적극적인 신규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화성캠퍼스 내 EUV 반도체 생산라인을 찾아 "시스템반도체 세계 1등의 비전을 향한 긴 여정의 첫 단추를 끼웠다"라며 '반도체 비전 2030' 달성 의지를 강조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글로벌 기업인 가운데 최초로 중국 출장길에 오르며 "안주할 시간이 없다"며 체질 개선에 고삐를 쥐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삼성의 변화는 신사업 육성에 한정되지 않는다. 지난 3월 준법위의 권고 이후 두 달여 만인 지난달 초 이 부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선 이후 삼성 내부의 변화도 뚜렷해지고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준법위가 권고한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 소통 등 세 가지 의제와 관련해 준법의 가치를 실현하고, 건전한 노사 문화 구축과 더불어 회사 가치를 제고하는 일에만 몰두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이 부회장의 '공언(公言)' 이후 삼성은 같은 달 28일 시민사회와 소통의 일환으로 355일 동안 농성을 이어 온 해고 노동자 김용희 씨와 합의하고,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해 김 씨와 그의 가족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난 1일에는 이 부회장의 대국민 약속을 이행하는 후속 조치로 삼성은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초청,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영호 삼성물산 사장 등 주요 계열사 사장 20여 명을 대상으로 '건전한 노사관계'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 삼성 사장단이 한자리에서 외부 강사의 강연을 들은 것은 지난 2017년 이후 3년 만이다.
안팎의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이 추가로 내놓을 실천 방안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재계에 따르면 준법위는 오는 4일 정기 회의를 열고, 이 부회장의 사과 내용과 관련, 삼성 7개 관계사(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화재)별 구체화된 실천 방안 등을 공유하고 후속 조치에 관한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준법위는 지난달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 "의미 있다"는 평가를 내리면서도 각 계열사에 △지속 가능한 경영 체계의 수립 △노동 3권의 실효성 있는 보장 △시민사회의 실질적 신뢰 회복을 위한 실천 방안 등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최근 행보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분주하고, 그에 따른 삼성의 변화 폭 역시 크다"라며 "회사의 외연 확장과 더불어 질적 성장을 체질 개선 의지를 확고하게 드러낸 만큼 시스템 반도체 등 신성장 사업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비롯해 조직 문화 재편 등 삼성 안팎의 변화는 더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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