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연이은 악재에 친환경 강화…시장 반응 '글쎄'

롯데케미칼이 화학산업의 주요 가치로 떠오르고 있는 친환경 분야를 강화하고 있지만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ESG등급 평가에서 등급이 하향되며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 DB

석화업계 "환경적 가치가 기업평가 주된 기준 되고 있어"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롯데케미칼이 최근 동반성장보고서를 발표하고 친환경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하는 등 석유화학업계의 새로운 가치로 떠오른 친환경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던 ESG(재무성과를 제외한 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등급이 하락하며 싸늘한 시장의 평가를 받고 있다.

3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친환경 스타트업 업체와 협업한 친환경 프로젝트를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유망 기술을 가지고 미래 성공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 및 벤처 기업을 선정해 사업활동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스몰 석세스(Small Success)'로 친환경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롯데케미칼은 서울 마곡 중앙연구소에 이노베이션센터를 조직하고 롯데그룹 내 스타트업 투자회사인 롯데액셀러레이터와 '롯데케미칼이노베이션펀드1호'를 50억 원 규모로 조성하는 등 미래지향적인 투자도 잇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주력 업종인 화학이나 소재 등 사업에서 두각을 보이는 업체를 선정했고 첫 지원 대상 기업으로 폴리프로필렌(PP) 발포시트와 수처리용 기능성 미생물 대상 생산기술을 가진 '케미코'와 '블루뱅크'를 최근 선정하기도 했다.

또한 롯데케미칼은 이번 스몰 석세스 프로젝트에 선정된 2개 업체 외에도 10여곳이 넘는 지원 대상 기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속적인 사업 지원을 위해 펀드 금액도 최대 300억 원 규모로 확대할 예정이다. 지원 대상 기업 역시 국내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유럽 등의 기업을 적극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서승욱 롯데케미칼 이노베이션센터장은 "국내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을 우선 타깃으로 하며 기술력을 가진 강소 기업들의 스몰 석세스를 통해 대한민국이 소·부·장 강국으로 가는 주춧돌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12일 '2019 동반성장보고서'를 발간했다. 동반성장보고서에는 중소 파트너사 및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상생경영 지원을 약속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은 발간사를 통해 "롯데케미칼은 책임 있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함께하는 미래를 그리는 기업이 되고자 사회적 가치 창출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롯데케미칼이 친환경 분야 강화와 동반성장을 위한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드러내는 것과 대조적으로 최근 환경 분야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국내 ESG등급 부여 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최근 롯데케미칼의 ESG등급이 B+등급에서 B등급으로 하향 조정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환경등급은 B등급에서 C등급으로, 사회적 책임등급은 A+등급에서 A등급으로 하락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에 C등급으로 하향 조정된 롯데케미칼의 환경등급에 초점을 두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환경등급의 경우 2011년부터 10여 년간 평균 A+등급을 받아올만큼 환경 분야에 대한 시장 평가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3월 충남 서산시 대산석유화학단지에서 롯데케미칼 나프타분해설비 공정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근로자와 인근 주민을 포함해 50여 명의 부상자를 내며 지역사회와 기관 및 환경단체의 질타를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충남 서산시 대산읍 독곶리에 위치한 대산석유화학단지 인근 상가 및 주거 지역에 걸린 플랭카드의 모습. /이한림 기자

일각에서는 이번 대산공장 사고가 롯데케미칼의 ESG등급 하향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대산공장 사고는 지난 3월 충남 서산시 대산읍 대산석유화학단지 내 롯데케미칼 나프타분해시설 공정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5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고 인근 주민들이 재산 피해를 입은 사고다.

롯데케미칼은 사고 이후 임병연 롯데케미칼 기초소재부문 대표가 직접 현장을 찾아 사과하고 사고 재발방지 대책 수립에 우선 순위를 둔 복구 작업을 진행했으나, 안전관리체계에 따른 사회적 책임과 환경 문제에서 업계·지역사회·지자체·환경단체 등에 질타를 받았다.

인근 주민들이 대산공장 사고에 따라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어 회사에 보상 대책을 요구하고 있고, 사고로 유해한 가스가 유출되진 않았으나 잠재적 위험 요소를 지적하는 환경단체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롯데케미칼이 그간 높은 등급의 시장 평가를 받아오면서 환경 분야에서 안전보건경영체계 구축을 통해 전사 조직에 글로벌 수준의 안전보건체계를 확립해야한다고 지속적으로 외치고 있었기 때문에 롯데케미칼의 환경 대책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롯데케미칼은 대산공장 사고에 따른 환경 문제는 물론, 보수 비용과 가동 중단으로 인한 잠재적 손실로 금전적인 손실이 발생하며 악재가 겹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로 8년 만에 분기 적자인 영업손실 859억 원을 올렸다. 대산공장 사고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도 손실에 일부 반영됐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ESG등급이 낮아졌다고 해서 경영과 관련한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환경적 가치가 기업평가의 중요 기준이 되고 있기 때문에 업체들은 가치 제고를 위한 투자나 관리체계를 살피며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고 있다"며 "특히 화학물질을 다루는 석유화학업계의 특성상 환경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고 지속 가능한 성장 토대 마련을 위해 친환경 제품 개발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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