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학계 "'알맹이' 없는 검찰 수사, 기업 경영 발목"
[더팩트 | 서재근 기자] 재계는 물론 법조계와 학계 안팎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의혹과 관련, 검찰의 수사를 향한 우려 섞인 시선이 나온다.
일각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소환한 검찰이 결국 기소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되지만, 각계에서는 객관적인 사실관계 입증 없이 밀어붙이기식 기소가 이어질 경우 기업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은 물론 '표적 수사' 논란까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지난 26일 검찰은 이 부회장을 소환,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불법 의혹과 관련해 그가 과거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에서 지시나 보고를 받았는지 등을 조사했다.
합병 비율 산정 및 삼성바이오의 회계 변경 등 일련의 모든 과정이 삼성그룹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승계작업을 위한 밑그림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에 대한 소환조사 전부터 수사의 정당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곳곳에서 나왔다. 애초 회사 가치를 산정하는 방식의 적법성 시비를 가리겠다던 검찰은 '삼성 승계' 쪽으로 수사 방향을 틀었지만, 지난해 7월 법원이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이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검찰은 김 대표가 이 부회장이 23.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삼성바이오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위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 장부상 회사 가치를 '뻥튀기'한 핵심 인물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원은 '분식회계 혐의'를 입증할 만한 명확한 증거 부재를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기 전부터 각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 평가 산정 과정을 두고 '형법상 유무죄를 가늠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고,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비상장 기업의 기업가치에 대한 판단은 객관적 평가 자체차 불가능한 것으로 유무죄를 따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특히, 이전 정부에서 금융감독원이 문제가 없다고 못 박았던 사안을 정권이 바뀌자 '유죄'라며 말을 바꾸는 것은 말 그대로 공권력 남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비율 산정 문제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이미 앞서 진행된 이 부회장의 1, 2심 재판과 삼성물산 합병 무효 소송 등 별건의 재판에서도 검찰 수사 방향과 정반대의 판결이 나왔다. 특히,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는 재판 과정에서 양사 합병 비율 현안과 관련해 "경영 승계를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증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승계를 위한 작업으로 볼 수 없다"고 못 박았고, 지난 2017년 열린 삼성물산 합병 무효 소송에서도 법원은 회사 측이 합병을 추진하려는 경영상의 이점, 배경 등이 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현실화할 경우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 산정은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된 것이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 역시 정해진 법에 따라 산정된 것"이라며 "1년 반에 걸친 수사와 지루한 공방을 걸친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할 수도 있겠지만, 이 같은 무리한 수사 및 기소는 기업의 경영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 2016년 국정 농단 의혹부터 삼성은 수년째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 부회장의 재판도 마무리되지 않은 데다 검찰이 추가 기소까지 나선다면 원활한 경영활동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지난 2015년 시민단체 고발을 시발점으로 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의 경우 햇수로만 6년이 지났지만, 검찰 측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은 드러난 것이 전혀 없다"라며 "사실관계 입증이 결여된 상황에서 무리하게 기소를 밀어붙이기에는 검찰로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likehyo8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