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스타벅스 굿즈 '갑론을박'…성공 마케팅vs주객전도 상술

스타벅스의 서머 레디백 증정 이벤트를 둘러싸고 성공한 마케팅이라는 의견과 주객이 전도된 상술이라는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서머 레디백 2종. /스타벅스코리아 제공

'가방 얻으려 커피 680잔 버리는' 기행까지…"되팔이 부르는 이벤트 멈춰야"

[더팩트|이민주 기자]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의 기획상품(굿즈) 증정 이벤트를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음료 17잔 구매 시 가방을 증정하는 이벤트가 연일 화제를 모으면서 '마케팅 대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커피가 외면받는 상황에 '주객전도' 내지는 '상술'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스타벅스코리아(스타벅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21일부터 전국 매장에서 '여름 e-프리퀀시 이벤트'를 시작했다.

스타벅스는 매년 2회 여름과 겨울 프리퀀시 이벤트를 진행한다. 겨울에는 연말연시라는 특수성을 이용해 플래너(다이어리)를 여름에는 계절과 관련한 굿즈를 상품으로 증정한다.

지난해 여름에는 비치타올(서머 스테이킷) 4종을 내놨으며, 올해는 휴대용 의자(서머 체어) 3종과 다용도 백(서머 레디백) 2종을 이벤트 상품으로 내걸었다.

응모 방법은 간단하다. 스타벅스에서 미션 음료 3잔을 포함한 17잔의 음료를 구매하면 교환권인 e-프리퀀시 쿠폰을 받을 수 있다. 이 쿠폰을 매장에서 증정품 한 가지와 교환하면 된다. 다만 상품은 선착순으로 증정하며 소진 시 톨 사이즈 무료 음료 쿠폰 2장으로 대체 증정한다.

이 e-프리퀀시 이벤트는 시작과 동시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널리 퍼졌으며, 이벤트 시작 당일부터 '수령 인증샷(사진)'이 올라오는 등 인기를 끌었다.

인기가 치솟자 음료 680잔을 버리고 서머 레디백만 받아가는 기행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진은 원주 지역 육아커뮤니티에 올라온 관련 인증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증정품 중에서도 특히 그린과 핑크 두 색상으로 출시된 서머 레디백이 흥행을 이끌었다. 이 상품은 배우 김수현 등 스타들의 선택을 받았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머 레디백 활용법과 코디법까지 공유됐다.

치솟는 인기에 더해 '수량이 적다'는 뜬소문까지 더해지면서 유행은 기행으로 번졌다. 당초 음료를 마시고 난 뒤 쿠폰을 한 장씩 모아 상품을 획득한다는 기획 의도와 달리 '한 번에 받는 법', '가장 저렴하게 받는 법' 등이 확산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서머 레디백을 받기 위해 음료 300만 원 치를 주문한 뒤 이를 모두 버린 고객까지 등장했다.

24일 원주 지역 육아 커뮤니티에는 '여의도 스벅(스타벅스) 680잔'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에서는 "여의도 스벅에서 누가 음료를 680잔 주문하고 한 잔만 가지고 갔다. 나머지는 만들지 말라고 하고 프리퀀시만 채워서 갔다"며 "매니저가 (정책으로 인해 음료를) 만들라고 지시했고 방문객들에 나눠줬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 손님이 주문한 음료의 종류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를 스타벅스 아메리카노(4100원)로 가정할 경우 결제 금액만 278만8000원에 이른다.

'서머 레디백 사재기 손님'의 기행과 관련해 되팔이가 목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실제 최근 오픈 마켓과 중고거래 커뮤니티에는 '서머 레디백' 판매 글이 다수 게재됐다. 더군다나 판매 내지 거래되는 가격은 이벤트 응모 금액을 웃도는 6만9000원부터 19만9000원까지다. 가장 저렴한 음료로만 17잔을 구매할 경우 6만4000원에 서머 레디백을 받을 수 있다.

업계에서는 매년 스타벅스 MD와 이벤트를 둘러싸고 되팔이 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며, 스타벅스 측에서 관련 제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은 좌측부터 중고나라에 올라온 서머 레디백 판매 글과 오픈마켓 판매 글. /중고나라, 네이버 쇼핑 캡처

이같은 현상을 두고 소비자와 업계의 평가도 엇갈린다. '구미가 당길 만한 이벤트를 열어 커피 판매량을 신장한다'는 취지에 맞는 "성공한 마케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사재기와 되팔이를 조장하고 있다며 수량 제한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쓴소리도 쏟아진다.

스타벅스는 이전에도 MD(기획상품)를 둘러싼 되팔이, 사재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스타벅스는 일부 상시 판매 상품을 제외한 모든 MD를 한정 수량으로 출시·판매하고 있다. 이와 관련 럭키백(랜덤박스)과 지난해 출시된 벚꽃 MD 등을 판매할 당시에도 되팔이 현상이 나타나 시끄러웠다.

서머 레디백 이벤트에 응모한 직장인 김 씨는 "주변에서도 서머 레디백 인기가 상당하다. 프리퀀시(이벤트) 때문에 매일 스타벅스에 가는 중"이라며 "이유가 어떻든 스타벅스로 고객을 끈다는 점에서 굉장히 성공적인 전략이 아닌가 싶다. 커피를 버려서라도 갖고 싶은 증정품을 만드는 것 또한 능력"이라고 말했다.

반면 업계 한 관계자는 "브랜드에서 이같은 이벤트를 기획할 때에는 기존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신규 고객을 유입하려는 등의 다양한 목표가 있다"며 "상품이 모두 되팔이들에게 돌아간다면 관련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단순히 많이 팔린다고 성공이라고만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타벅스와 관련해 매년 MD, 프리퀀시 이벤트 때마다 되팔이, 리셀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며 "회사 측에서도 이벤트 응모 제한이나 증정품 지급 수량 제한을 두는 등으로 조처를 해야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minju@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