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신규 수주 지연·해상 물동량 감소로 불확실성 커져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국내 조선3사(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가 2년 여간 쌓인 수주 잔고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다만 올해 신규 수주 감소 지속되고 있어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조선3사는 올해 1분기 양호한 영업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을 사업 법인으로 둔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1분기 3조9446억 원의 매출과 1217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중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50% 가량 늘어난 결과로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수주 또한 240척(1005만9000CGT) 가량의 잔고가 남아있어 올해 전반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같은 기간 한국조선해양보다 높은 279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직전 분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1분기 대비로도 40% 오른 수치이며 매출은 1조9581억 원을 기록했다. 수주 잔고는 61척(421만2000CGT) 가량을 보유한 상황이다.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으나 손실폭이 크게 줄어들며 국내 조선업계의 전반적인 실적 흐름에 편승했다. 삼성중공업의 1분기 영업손실은 478억 원으로 2150억 원의 손실을 냈던 직전 분기 대비 80% 가량 수익성이 개선됐다. 매출 또한 1조8266억 원을 올리며 대우조선해양과 비슷한 수준의 성적을 냈다. 잔고는 102척(595만1000CGT)로 대우조선해양보다 많은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이처럼 조선3사가 올해 1분기 모두 호실적을 거둔 이유로는 8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연간 수주 세계 1위에 올랐던 2018년의 수주 물량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에 연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조선업 특성상 새롭운 건조 계약 체결 뒤 건조와 인도가 완료될 2년 가량 지난 후에 영업이익에 반영된다. 특히 국내 조선3사의 수주 성적이 2018년 내내 좋았기 때문에 올해 전반적인 실적 개선은 지속될 여지가 높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국내 조선3사의 1분기 실적 개선세에도 향후 전망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팽배하다. 올초부터 이어진 수주 절벽 기조가 향후 조선사의 실적 상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각 사가 존재감을 드러내며 세계 수주 1위 타이틀을 지켜냈으나 2018년보다는 성적이 좋지 못한 원인도 있다.
특히 조선3사의 최근 2년 간 수주 성적에 있어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던 액화천연가스(LNG)선의 수주 부진이 최근 업계 기조를 대변하고 있다. LNG선의 경우 올해 첫 수주가 이달 21일 대우조선해양의 LNG FPSU(부유식 저장설비)로 지난 2년보다 수주 시기가 크게 늦춰졌다. 지난해 LNG 관련 선박은 올해 대규모 프로젝트가 예고되며 향후 2년여 간은 수주 걱정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로 전망을 무색하게 할만큼 올초 코로나19 여파로 선주들의 발주가 지연되며 수주 일정이 미뤄지고 있다.
불확실한 수주 기조에 따른 수주 잔고 하락도 문제다. 오랜 기간 조선사의 수익성을 옥죄기도 했던 수주절벽 기조가 3년 만에 다시 발생하면 2022년부터는 일감부족으로 이어질 여지가 높은 까닭이다. 실제로 글로벌 조선해운 시황 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전세계 누계 수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61.6% 감소한 382만CGT에 그치고 있다. 이미 세계 조선소 중 일부는 2022년부터 인도할 선박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수주 지연은 물론 세계 해상 물동량 감소가 지속된다면 발주처에서 수주 계획을 조정할 여지가 있어 신규 수주 비중이 높은 국내 조선사도 안심하기 어렵다"며 "지난해 조선업계의 수익성이 워낙 좋지 않았고 2018년 이후 수주된 신규 물량의 인도 시점에 도달하며 올해 전반적인 수익성은 개선되겠으나 하반기 대규모 수주 프로젝트 등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