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日업체 지분 매입에 고강도 투자…M&A 가능성 대두

올해 1분기 8년 만의 분기 적자를 기록한 롯데케미칼이 최근 일본 화학업체 쇼와덴코의 지분 일부를 1617억 원에 매입하는 등 고강도 투자에 따라 향후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한 인수합병 카드를 꺼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더팩트 DB

일본 쇼와덴코 지분 4.46% 1617억 원에 매입…신사업 발굴 의지로 인수합병 검토하나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롯데케미칼이 일본 반도체 소재 기업 쇼와덴코의 지분을 매입하며 인수합병 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실적 급락 후 첫 투자로 실적발표회에서 예고하기도 했던 인수합병 카드를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22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지난 3월과 4월 두 차례에 걸쳐 일본 쇼와덴코의 지분 4.46%을 1617억 원에 사들였다. 쇼와덴코는 시가 총액 3조80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반도체 소재 등 고부가가치 소재 사업을 하는 화학업체다.

또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쇼와덴코와 일본 배터리 음극재업체 히타치케미칼 인수전에서 맞붙은 경력이 있어 이번 지분 매입이 눈길을 끈다. 롯데케미칼은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지난 3월 일본 매체와 인터뷰에서도 밝힌 바 있는 인수합병 의지에 따라 일본 내 기술력이 높은 회사를 인수해 새로운 사업 활로를 열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이 일환으로 히타치케미칼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다만 이 인수전은 쇼와덴코가 롯데케미칼을 제치고 10조2000억 원에 히타치케미칼을 인수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롯데케미칼의 쇼와덴코 지분 인수가 향후 추가 투자나 인수합병으로 이어질 신호탄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위해 재무 성과가 우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범용 제품을 보유한 업체의 인수합병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롯데케미칼이 정통석유화학 포트폴리오에 강점이 있으나 스페셜티나 신사업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투자를 동반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수합병 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한 롯데케미칼이 올해 1분기 86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8년 만의 분기 적자라는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롯데케미칼의 올해 1분기 적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 평가 손실 영향이 크나 지난 3월 발생한 대산공장 폭발사고로 기회손실 비용이 반영된 탓도 있다. 롯데케미칼은 화재가 발생한 대산공장의 연내 재가동을 목표로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3월 충남 서산시 대산읍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를 하고 있는 모습. /서산소방서 제공

롯데케미칼은 1분기 정통석유화학 사업인 올레핀과 아로마틱스 사업에서 재고 평가 손실과 대산공장 화재 사고 등 수익성에 악재가 이어지며 각각 117억 원, 407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다만 신사업으로 분류되는 첨단소재사업과 정밀화학에서 같은 기간 각각 410억 원, 5105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올초 롯데첨단소재 합병의 목적성을 증명하기도 했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쇼와덴코 지분 매입과 관련된 투자는 "수익 창출을 위한 단순 투자"라는 설명이다. 고부가가치 사업을 하면서 미래 성과가 우호적으로 전망되는 기업을 지속적으로 눈여겨보고 있으나 이번 투자가 신소재 사업 확장이나 인수합병 가능성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두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롯데케미칼이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카드로 인수합병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지난 3월 일본 롯데홀딩스의 이사회 회장으로 선임되는 등 일본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크고, 롯데케미칼 역시 지난해 롯데첨단소재 흡수합병은 물론 글로벌 1위 인조대리석 업체 터키의 벨렌코를 인수하는 등 인수합병을 통한 신사업 발굴 의지를 드러낸 바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분기에는 원료 가격 하락이라는 긍정적 요소가 있으나 코로나19 영향 본격화에 따른 제품 수요 감소로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화학업계 실적이 당장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롯데케미칼의 경우 부채비율이 낮고 차입금 규모도 회사가 보유한 유동성 규모보다 많은 등 제무적 체력이 견실하기 때문에 그룹 전반적인 경영 기조에 따라 실적 하락 타개책으로 인수합병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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