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1분기 실손보험 손해율 137.2%
[더팩트│황원영 기자] 코로나19에도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손해율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실손보험 손해율이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했던 보험사들은 의료계에 과잉진료가 만연해 있다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후 실손보험 청구로 현금화하는 일명 '현금깡'까지 이뤄져 실손보험 손해율이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손해보험사(손보사) 합산 누계 실손보험 손해율은 137.2%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5.9%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수입에서 보험금으로 나간 금액 등 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즉, 올해 1분기 손보사들이 가입자에게 보험료 100만 원을 받은 후 보험금으로 137만2000원을 지급했다는 얘기다.
1분기 손실액은 693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25억 원(33.1%) 늘어났다. 지난해 손보사 합산 손실액은 2조4313억 원에 이른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갈수록 늘어나자 보험사들은 올해 실손보험 보험료를 10%대로 올렸다. 당초 15~20%까지 인상하려 했으나 금융당국이 난색을 보이면서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상품을 잘못 설계한 만큼 사업비를 줄이고 자구적인 노력을 통해 인상률을 낮춰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당초 업계 내에서는 코로나19로 실손보험 손해율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전염병 감염 등을 우려한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병원 방문을 꺼리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외출이 줄어 상해 사고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해율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더 악화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과잉진료, 비급여 의료비 증가 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비급여 진료 항목의 경우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진료비나 진료량을 정하다 보니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병·의원은 실손보험 가입자들에게 불필요한 고가의 비급여 진료를 권유하고, 이익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정부가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으로 현금깡에 나서는 가입자들도 급증한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되고 있다.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긴급재난지원금으로 도수치료·치과 치료 등 고가의 병원 진료를 받은 후 실손보험 청구로 현금화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고자 정부가 전 국민에게 지급한 카드 포인트로 병·의원에서 제한 없이 쓸 수 있다. 실제 포털사이트 커뮤니티 등에는 실손보험을 통한 긴급재난지원금 현금화 후기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업계는 과잉진료와 비급여 의료비 증가로 인해 선량한 가입자들 역시 실손의료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병원들은 실손보험 가입자에게 고가의 진료를 권하고, 불필요한 과잉진료를 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손해율이 개선될 것이라 전망했으나 긴급재난지원금 현금깡 같은 사례가 확대될 경우 올해 2분기 실손보험 손해율은 최악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실손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료이용량이 많으면 보험료를 더 내고, 적으면 덜 내는 방식이다.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 중 보험금 청구가 없거나 적은 사람은 보험료 할인·할증제가 적용된 상품에서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