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부터 인사 반영…이스타 인수, 재무구조 해결여부 주목
[더팩트|한예주 기자] 제주항공이 새로운 사령탑에 아시아나항공 출신의 김이배 대표를 깜짝 발탁하며 관심이 모아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위기 극복, 이스타항공 인수, 바닥난 현금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재한 상황에서 제주항공을 '빅3'로 이끌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애경그룹은 2020년 상반기 사장단 인사를 통해 김이배 전 아시아나항공 경영관리본부장을 제주항공 신임 대표이사(부사장)로 영입했다. 이석주 현 제주항공 대표이사(사장)는 AK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으로 갔다.
김이배 신임 대표는 1965년생으로 서울대학교에서 국제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 시라큐스대학교에서 MBA를 마쳤다. 1988년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해 기획관리실을 거쳐 2007년 전략경영팀장을 역임하고 2008년 상무 승진과 함께 전략기획담당 임원으로 근무했다. 2015년에는 미주지역본부장을 맡았으며 2017년 초 전무로 승진하고 그해 말부터 아시아나항공 본사 경영관리본부장을 역임했다.
김 신임 대표는 30년 경력의 항공 분야 기획·재무 전문가다. 재무 관련 부서에 오랫동안 몸담았고 CFO격인 경영관리본부장까지 지내 재무구조 관리 역량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 감사의견 한정 사태 때 책임지고 물러났으나, 이후에도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 금호아시아나 그룹 내 저비용항공사(LCC) 등기이사를 맡아 항공업 인연을 놓지 않았다.
업계에선 이번 김이배 대표 발탁에 대해 이스타항공 인수 과정에서 비용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발판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제주항공은 베트남 등 해외 2개국에서 진행 중인 결합심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인수 절차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실적 악화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657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292억 원으로 41.7% 줄었고, 당기순손실은 1014억 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9년 만에 적자를 올리며 위기경영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 329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부채비율은 351.38%까지 치솟아 전년 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 제주항공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자산 포함)은 2152억 원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노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대부분을 깎아 먹었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에 애경그룹은 일찌감치 제주항공의 현금흐름 악화를 우려해 왔다. 지난 3월 열린 제주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성훈 AK홀딩스 CFO(최고재무책임자)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된 점 역시 재무구조 개선을 도우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적자 전환이 현실화 된 상황에서 저비용항공사(LCC) 중 최악의 재무상태를 지닌 이스타항공까지 인수해야 해 고민이 깊을 것"이라면서 "재무 전문가인 김 대표가 비용 투입 등 관련 방안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되면 중장거리 노선 취항도 준비하고 있어 대형항공사의 전략을 흡수했어야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거리 노선 운영 경험밖에 없는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향후 중장거리 노선 취항을 위해 아시아나항공의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대형항공사로 도약을 준비하는 제주항공이 경험이 많은 인재를 영입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을 것 같다"면서 "대형항공사(FSC)와 LCC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상황에서 경쟁 우위를 차지하려는 포석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한편, 애경그룹은 항공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김 부사장을 발탁했으며, 이석주 사장을 지주사 사장으로 임명해 그룹과 제주항공 간의 공조를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항공전문가 김이배 부사장을 영입해 제주항공의 위기극복과 미래 도약을 위한 토대 구축을 도모할 계획"이라며 "그룹과 제주항공 간 공조를 더 강화해 제주항공의 사업혁신을 이뤄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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