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방문에 롯데·현대백화점 임시 휴점…소비 심리 움츠러들까 우려 커져
[더팩트|한예주 기자] 이태원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부산과 제주 등 전국에서 확인되면서 국내 유통업체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며 매출 회복을 꾀했지만, 다시 폐점 공포에 시달리게 됐기 때문이다.
업계는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소비 심리가 사그라지지는 않을까 우려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롯데백화점은 본점 명품매장에 근무하는 판매사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을 확인하고 하루 동안 임시휴점에 돌입했다. 판매 사원은 서울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사람과 밀접 접촉하며 확진 판정을 받았다.
롯데백화점은 명품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 3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 확인에 나섰고, 대대적인 매장 방역을 실시한 후 재오픈했다.
현대백화점 충청점도 판매사원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9일 영업을 중단했다. 해당 사원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 백화점 1층으로 출근했다. 근무시간에는 마스크를 착용했고 접촉자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백화점 중동점 역시 입점업체 직원 1명이 연휴 기간 동안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직원은 5~6일 출근한 후 7일에는 쉬었고, 8일에 다시 출근해 9~10일에 근무를 하지 않았다. 10일에는 검사 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패션업체인 한세실업은 직원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전 직원이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회사 건물은 폐쇄됐다. 확진 판정을 받은 직원은 지난 연휴 동안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확진자와 접촉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방역지침이 완화된 이후 고객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또다시 확진자가 발생해 당황스럽다"면서 "다시 대규모 확산이 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용인 66번' 확진자가 촉발한 집단감염의 확산세가 점차 커지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1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 0시보다 35명 늘어 총 1만90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9일 39명으로 30명대에 진입했던 신규 확진자는 연일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 6일에는 2명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8일 12명, 9일 18명으로 다시 증가한 후 전날(34명)부터 다시 30명대에 올라서는 등 재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던 유통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된 만큼 본격적 수요 회복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면서 직원들의 정상 출근과 하절기 운영을 앞당기는 방안 등을 검토했기 때문이다.
최근 롯데지주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임직원들의 인식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전 그룹 대표이사와 기획 담당 임원들에게 '코로나19 전과 후(BC and AC)'라는 제목의 사내용 도서를 배포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3~4월 기간 동안 이어진 2교대 재택근무 및 유연근무제 운영 종료를 검토하고 있었다. 정부 방침이 생활 속 거리 두기로 변경돼서다.
신세계백화점도 포스트 코로나 대비 일환으로 정부의 마스크 착용 생활화 방침에 동참, 예년보다 3주 먼저 매장 온도를 낮추고 하절기 복장을 도입했다. 이는 최근 낮 최고기온이 30도까지 오르면서 마스크 착용으로 더위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지난 황금연휴 기간을 기점으로 소비심리 부양이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원망스럽다"면서 "실제 지난 주말 매출도 줄어들었다. 문 닫는 일이라도 없었으면 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서 소비 심리가 다시 얼어붙지 않을까 걱정이다"며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hyj@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