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마케팅 자제령…삼성·우리 카드는 강행
[더팩트│황원영 기자]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가구당 최대 100만 원까지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10조 원대 결제시장이 열렸다. 카드사들은 금융 소비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기획하는 등 모처럼 활기를 보였으나 금융당국의 마케팅 자제령에 김이 빠지게 됐다.
11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각 카드사는 이날부터 온라인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신청받는다. 카드업계는 긴급재난지원금 전체 규모인 14조3000억 원 가운데 10조 원이 신용·체크카드로 소비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게다가 긴급재난지원금은 8월 말까지 사용하지 않으면 국고로 환수돼 단기간에 가맹점 수수료 수익과 카드사용률을 높일 기회다.
이에 재난지원금 신청이 시작되면 카드사 간 마케팅 전쟁이 뜨거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카드사들 역시 긴급재난지원금 수요를 잡기 위해 페이백이나 기프티콘 등의 마케팅을 계획했다.
앞서 카드사들은 지난달 경기도가 전 도민을 대상으로 1인당 10만 원씩 지급한 '코로나19 재난기본소득' 지급 때에도 마케팅 경쟁을 펼친 바 있다. 우리카드가 자사 카드로 재난기본소득을 신청한 고객에게 커피 쿠폰을 제공하면서 마케팅 경쟁에 불씨를 붙였고 삼성카드는 자사 카드로 재난기본소득을 신청하면 5000원에서 1만 원 사이의 금액을 돌려줬다. 이어 신한카드도 문자메시지 수신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1만 원 캐시백, 하나카드는 추첨을 통해 재난기본소득 금액 외 추가 사용액의 30%(최대 5000원) 캐시백을 지급한다며 마케팅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마케팅 자제를 요청하면서 카드사들의 고심이 깊어졌다. 금융위원회는 정부가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 무리한 마케팅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금융위원회는 공적 자금이 투입된 정부 지원금인 만큼 신용카드사에서 고객 유치전이 벌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8일 열린 정부와 카드사 간 업무협약식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의 카드 신청 유치를 위한 지나친 마케팅을 자제해달라"고 공개적으로 당부했다.
정부의 마케팅 자제령이 내려지면서 비씨카드는 기획했던 이벤트를 반나절 만에 철회했다. 당초 비씨카드는 추첨을 통해 재난지원금 사용금액 100%(최대 100만 원)를 돌려주는 캐시백 이벤트를 벌일 계획이었다. NH농협카드는 추첨을 통해 1만명에게 1만 원 상당의 SPC 모바일 상품권을 주겠다고 자사 홈페이지에 공지했으나 당일 철회했다.
다만, 삼성카드와 우리카드는 정부의 자제령에도 불구하고 마케팅을 진행한다.
우리카드는 일정 기간 결제 실적이 없는 고객에게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시 커피전문점 쿠폰을 제공하겠다고 공지했다. 삼성카드 역시 고객들에게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시 커피전문점 또는 편의점 쿠폰을 제공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일부 카드사들은 일회성 마케팅 대신 긴급재난지원금 신청 창구를 늘리거나, 재난지원금과 관련한 편의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신청을 자사 홈페이지는 물론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 등 주요 계열사 홈페이지와 신한은행 영업점에서도 할 수 있도록 했다. KB국민카드는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가맹점을 모바일로 편리하게 검색할 수 있는 '가맹점 지도(Map) 서비스'를 선보였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한 푼이 아쉬운 카드사들은 10조 원대 재난지원금 시장을 공략해 시장점유율을 높여야 한다. 재난지원금을 계기로 휴면 카드가 활성화될 수 있고, 신규 고객 유입, 현금서비스나 카드론 등 서비스 확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비용을 들여 시스템을 개발한 데다 재난지원금으로 결제할 때도 카드 이용 혜택을 그대로 적용하는 만큼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가 벌이는 마케팅 혜택이 고객에게 돌아가는 것뿐 아니라 재난지원금 사용 촉진을 위한 홍보에도 도움이 된다"며 "이미 마케팅을 기획하고 승인까지 받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자제령이 내려온 것은 뒤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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