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2+1…' 365일 할인하는 아이스크림, '제값'은 도대체 얼마야?

같은 아이스크림 제품이라도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유통 채널마다 실제 가격은 제각각이다. /문수연 기자

소매업주 반발에 수포된 '가격정찰제'…빙과업계 "이렇다 할 해법 없어"

[더팩트|문수연 기자] 초여름 날씨가 성큼 다가오면서 이른 '성수기'를 맞이하려는 빙과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다 급격히 더워진 날씨 탓에 '집콕' 생황를 하는 사람이 늘면서 아이스크림을 찾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연중 아이스크림 수요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5월을 맞아 각 제조사들도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이들 제품의 가격은 동네 슈퍼, 마트, 편의점, 아이스크림 할인점 등 판매 채널마다 각양각생이다. 업체 간 마케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1', '2(3)+1' 등 할인행사들이 수년째 하나의 공식처럼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때때로 소비자들은 제값을 주고 사면 손해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대형마트, 편의점, 아이스크림 할인점 등 판매처마다 나름의 방식으로 사실상 연중 아이스크림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문수연 기자

◆ 빙그레 '메로나', 편의점서 1개당 660원, 대형마트 600원

8일 빙과업계에 따르면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판매처마다 아이스크림 제품의 공급가는 다르게 책정된다. 통상적으로 대형마트와 같이 상대적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높은 유통 채널의 경우 공급가가 더 낮다.

실제로 국내 대표 빙과업체인 빙그레가 생산하는 '메로나'의 경우 편의점에서 소비자 판매가격이 제품 1개당 1000원이지만, 편의점에서 진행하는 '2+1' 프로모션을 적용할 경우 1개당 가격은 약 660원으로 34%가량 싸진다.

대형마트의 경우 1개당 소비자 판매가격은 800원이지만, 5개에 2990원에 판매하는 '묶음행사'를 통해 구매하면, 1개당 약 600원으로 25%가량 할인효과를 보게 된다.

아파트 상가 등에 있는 아이스크림 할인점은 상시 할인을 통해 1개당 400원, 소매 슈퍼마켓은 450원에 제품을 판매한다.

이들 모두 아이스크림 제품에 두 자릿수대 이상의 할인율을 사실상 상시적용하고는 있지만, 각 판매처마다 각양각생인 탓에 소비자들의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빙그레는 올해부터 가격정찰제 적용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었지만, 소매업주들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문수연 기자

◆ 빙그레·롯데제과 '가격정찰제' 카드 꺼냈지만…소매점주들 반발에 번번이 '수포'

2000년대 초반을 기점으로 대형마트와 편의점 시장이 급격하게 확대되자 중소 슈퍼마켓 등 소매점주들은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할인 경쟁에 나섰다. 소매업자들이 50%에 달하는 할인율을 적용해도 '남는 장사'를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묻지마식'으로 산정되는 권장소비자가격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가령 매장에 들여오는 공급가격이 1개당 1500원인 A 아이스크림의 권장소비자가격을 소매업자들이 2000원으로 부풀려 50% 할인을 적용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겉으로는 반값 할인을 한 셈이지만, 소매업자들은 1개당 500원의 이익을 남길 수 있다.

권장소비자가격에 낀 거품이 심해지면서 정부는 지난 2010년 자율경쟁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오픈프라이스' 제도를 도입,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하지 않도록 했다. 그러나 유통업체 간 담합으로 가격이 더 오르는 부작용으로 이어졌고, 결국 제도는 도입 1년 만인 2011년 폐지됐다.

아이스크림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빙과업계의 자구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제품의 권장소비자가격을 고정화해 표시하는 '가격정찰제'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지만, 이마저도 유통업체의 거센 반발로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실제로 롯데제과는 앞서 지난 2012년과 2017년 가격정찰제를 도입해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했지만, 유통업체들이 불만을 드러내면서 폐지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현재 제품의 가격을 정하는 건 유통사의 권한이다. 가격정찰제를 다시 시행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빙그레 역시 수익성과 가격 신뢰도 개선을 위해 '투게더'와 '엑설런트', '붕어싸만코', '빵또아' 등 일부 제품을 대상으로 가격정찰제를 도입했다. 올해부터 적용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을 세웠지만, 이마저도 난항을 겪는 모양새다.

빙그레 관계자는 "일부 제품의 경우 판매처별 가격 차이가 줄면서 소비자들의 가격 불신이 많이 해소됐다고 보고 있다"며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해 계속해서 가격 정찰제를 시도하고 있지만,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소매업자들은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과 가격 경쟁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아이스크림 제조사에서 추진하는 가격정찰제에 반대할 수 밖에 없다는 견해다. /문수연 기자

◆ 가격정찰제 반대하는 소매점주들…왜?

소매업자들이 아이스크림 가격 안정화를 위해 제조사들이 추진하려는 가격정찰제 도입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가격 경쟁"을 이유로 꼽았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대형마트와 편의점과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싼 가격에 팔아야 하는데 가격정찰제가 도입되면, 기존 할인 정책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소매점주는 "예전에는 메로나 소비자가격이 1000원이었고. 여기에 50% 할인율을 적용해 소비자들에게 500원에 팔았다"라며 "하지만 지금은 소비자가격이 800원으로 낮아졌다. 50% 할인하면 400원인데 공급가가 360원이라 남는 게 별로 없어 할인율을 25%로 낮춰 600원에 팔고 있다. 결과적으로 판매가격이 높아진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소매점주는 "대형마트를 비롯한 모든 곳에서 할인을 하고 있으니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할인을 할 수밖에 없다"며 "사실 아이스크림은 저장하기 위해 전기세가 발생하기 때문에 마진율이 높지 않은데 가격정찰제가 시행되고 공급가가 높아지면 마진율이 더 떨어지니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munsuye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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