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의 기다림' 현대차 '마천루 프로젝트' 착공허가 초읽기
[더팩트 | 서재근 기자] "GBC는 현대차그룹이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는 꿈을 실현하는 중심이 될 것."(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의 국내 최고층 마천루 건립 프로젝트가 이르면 이달 내 본격적으로 첫발을 내디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 9월 옛 한국전력 부지(7만9342㎡)를 사들인 지 6년여 만이다.
5일 서울시와 현대차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서울시에 통합사옥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착공계를 제출했다. 서울시는 이르면 이날 착공허가를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GBC 건축허가서를 교부한 바 있다. 같은 해 2월 현대차가 건축허가를 신청한 이후 9개월 만으로 당시 서울시는 오는 2026년 하반기 GBC 준공 일정을 세웠다.
GBC 건립 계획은 '그룹의 새로운 100년의 상징'을 완성하겠다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신념으로 추진됐다. 독일의 폭스바겐이 세운 복합 건축 단지 '아우토슈타트'와 같이 국내 완성차 업계 '맏형' 격인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업체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할 수 있는 랜드마크를 조성한다는 상징성만으로도 이목이 쏠린 초대형 프로젝트다.
현대차그룹이 그간 대외적으로 밝혀온 GBC 구상을 살펴보면, 규모나 구성 모든 면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방대하다. 연면적 92만8887㎡ 규모로 조성되는 GBC는 지하 7층~지상 105층(569m) 규모의 그룹 통합사옥 건물과 호텔·업무시설, 공연장 및 최첨단 시스템을 갖춘 컨벤션 및 전시시설, 관광휴게시설, 판매시설 등이 들어선다.
특히, GBC의 핵심 시설인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롯데그룹이 세운 제2롯데월드타워(555m)를 제치고 국내 최고층 빌딩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GBC 건립이 현대차그룹에 갖는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단순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건물'을 짓는다는 상징성을 넘어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서 도약하는 전환점을 이루겠다고 공언한 정 회장의 숙원사업은 6년여의 세월을 역할과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새로 들어설 GBC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추진하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업체'로의 전환을 가속하는 데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이 같은 관측에 설득력을 높이는 가장 큰 요인은 '접근성'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GBC가 완공되면, 현대차그룹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자율주행 및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분야 연구개발(R&D) 핵심 인력을 집결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신차발표와 시승, 기술 시연 등 주요 행사를 원활하게 치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차는 주요 볼륨모델의 신차발표회 등을 서울 양재동 본사 아닌 서울 시내 주요 특급 호텔이나 화성의 남양연구소에서 진행해왔다. 제네시스 역시 마찬가지다.
한편, 각종 인허가 절차 등 정부 심의와 '공군 레이더 작동 방해' 등을 이유로 내민 국방부 반대 등으로 난항에 부딪혔던 GBC의 착공허가가 초읽기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수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공사비를 순조롭게 조달할지도 관심사다.
현대차는 3조7000억 원의 공사비를 외부 투자로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5월 서울에서 열린 카라일 그룹 초청 단독대담에서 GBC 개발 계획과 관련해 "삼성동 부지를 선택한 것은 미래 가치를 고려했기 때문이다"며 "SPC를 설립해 좋은 투자자들을 유치해 공동개발하고, 수익을 창출해 현대차그룹 핵심사업에 재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커진 불확실성이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위축과 해외 주요 핵심 생산 공장의 잇따른 셧다운 사태까지 겹치는 등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실탄'을 지원해줄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likehyo85@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