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승 차남 현석호, 베트남 법인 개인 지분 매각…승계 구도 지각변동?

현석호(사진) 화승인더스트리 부회장이 화승인더스트리의 베트남 법인 화승비나의 신발 제조 베트남법인의 개인 소유 지분 40%를 매각하며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화승그룹 제공, 이한림 기자

장남 현지호 부회장 보유 중국 계열사 지분은 그대로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평행선을 그리던 화승그룹의 오너 3세 후계구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현승훈 화승그룹 회장의 차남인 현석호 화승인더스트리 부회장이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베트남 법인의 지분 40%를 매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반면 장남인 현지호 화승알앤에이 부회장이 보유한 중국 법인 지분 40%는 변화되지 않으면서 차남인 현석호 부회장의 지분 변화에 대해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화승그룹에 따르면 현석호 부회장은 지난해 말 베트남 신발 제조 법인인 IBS의 40% 개인 지분을 지난해 말 매각했다. IBS의 나머지 60% 지분은 화승인더스트리의 베트남 사업법인인 화승비나에서 보유하고 있다. 화승비나는 화승인더스트리에서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다.

특히 현석호 부회장은 베트남, 현지호 부회장은 중국에서 각각 사업법인의 개인 지분을 보유해 왔기 때문에 이번 해외법인의 개인 지분 구조 변화는 갖가지 이야기를 양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석호 부회장이 승계 재원을 확보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현석호 부회장이 승계 작업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부모님인 현승훈 회장 내외가 보유한 화승인더스트리 지분 9.9% 가량을 매입하거나 증여세를 낼 만큼의 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화승그룹은 고(故) 현수명 창업주가 1953년 부산에 설립한 동양고무공업이 뿌리인 회사로 올해 창립 66년을 맞은 대표적인 장수 중견기업 중 하나다. 현재는 결별한 신발 브랜드 '르카프'로 대중에게 알려져 있으며 50여 개의 국내외 계열사를 통해 자동차부품, 신발 제조, 정밀 화학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화승그룹의 전체적인 경영은 현수명 창업주의 아들인 오너 2세 현승훈 회장이 이끌고 있다. 현승훈 회장이 화승그룹의 두 상장사 화승알앤에이와 화승인더스트리의 지분을 9.9% 가량 보유하고 있고 두 아들인 현지호 부회장과 현석호 부회장이 각 회사의 최대주주로 경영하고 있는 형태다. 현지호 부회장은 화승알앤에이의 지분 19.63%를, 현석호 부회장은 화승인더스트리의 지분 16.16%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후계 구도를 이어가고 있는 현지호 부회장과 현석호 부회장의 행보에 늘 관심을 보내고 있다. 모두 40대의 나이에 핵심 계열사의 CEO를 맡았고 젊은 오너 경영 시대를 이끌고 있는 재계 후계 주자 중 두 명으로 꼽혀와서다. 특히 현지호·현석호 오너 형제가 각각 최대주주와 CEO를 맡고 있는 상장사를 보유하며 승계 작업도 어느정도 마쳤기 때문에 이들의 지분 매입과 매각에 따라 화승그룹의 향후 승계 행보가 달려 있는 것으로 비춰졌다.

현석호 부회장의 화승인더스트리는 국내에서 르까프 등 신발 및 아웃도어 제품 제조업체로 대중에게 알려진 화승그룹의 계열사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3세 경영을 시작하면서 르카프를 운영하는 ㈜화승을 ㈜경일에 매각하고 현재는 베트남 등지에서 주문자상상표부착생산(OEM)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화승그룹과 ㈜화승은 현재 관계가 없는 회사다. 사진은 서울 모처의 한 르카프 의류 매장의 문이 닫혀 있는 모습. /이한림 기자

다만 지분 구조를 보면 그간 화승그룹은 오너 3세의 사업 분야가 다른 형제 경영을 통해 평행적인 후계 구도를 엿볼 수 있다. 장남 현지호 부회장은 화승알앤에이를 중심으로 고무제품의 자동차부품 쪽 사업을 맡고 있고, 차남 현석호 부회장은 화승인더스트리를 통해 신발과 필름 제조 등 부문을 맡고 있다.

동시에 현지호·현석호 오너 형제의 개인 지분 현황도 공교롭게도 유사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었다. 현지호 부회장은 화승알앤에이의 자회사인 화승네트워크에서 자동차부품 중국법인 화승호천태창유한회사의 40% 지분을 보유해 왔고 현지호 부회장은 화승인더스트리의 베트남 법입인 화승비나에서 신발제조 베트남법인 IBS의 지분을 보유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석호 부회장이 보유 중이던 베트남 종합무역상사 지분을 매각해 그 배경에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갑작스럽게 지분 매각에 나서면서 일각에서는 승계 재원 확보 수순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 부회장이 승계 작업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아버지 현승훈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매입하거나 증여세를 낼 만큼의 재원이 필요한 탓이다.

일각에서는 현석호 부회장이 개인 지분을 매각한 IBS가 그룹 내부거래 이슈에 노출될 가능성에 따른 리스크 해소 차원에서 매각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IBS는 화승그룹의 신발 자재 통합 구매 업무 등을 담당하며 최근 신발 및 주문자상상표부착생산(OEM) 업황이 좋아 견조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기업인 화승인더스트리도 지난해 계열사 사업의 호황에 따라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28.2%, 96.7% 오른 1조4258억 원과 1135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화승그룹은 오너의 개인 지분 매각에 대한 배경 설명은 답변할 입장이 안된다는 설명이다. IBS의 지분 매각이 이뤄진 게 맞지만 오너 개인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에 관련한 것이며 나머지 화승비나가 보유한 지분에 따른 베트남 사업은 원할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화승그룹 관계자는 "(현석호 부회장이)IBS의 지분 매각은 맞지만 오너의 개인적인 지분 매각에 대한 이유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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