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80 밀고 G80 끌고…제네시스, 고급차 시장서 어깨 제대로 펼까

제네시스가 지난 3월 출시한 신형 G80이 지난달 기준 누적 계약대수가 연간 판매 목표치인 3만3000대를 넘어서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정의선의 '럭셔리한 도전' 성과 보인다…벤츠·BMW와 올해부터 '진짜 승부'

[더팩트 | 서재근 기자] 국내외 고급차 시장에서 제네시스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직접 글로벌 고급차 시장에서 입지를 견호히 하겠다는 지향점을 제시하며 브랜드 론칭 때부터 각별한 애정을 쏟았던 제네시스가 브랜드 론칭 5년 만에 신차들이 잇달아 흥행 잭팟을 터뜨리며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3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3월 출시된 제네시스의 대형 세단 'G80'이 3세대 모델의 누적 계약대수가 지난달 기준 3만4000대를 넘어섰다. 이는 회사 측이 올해 목표치로 제시했던 3만3000대를 넘어선 수치다. 지난 1월 브랜드 최초로 내놓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 역시 출시 첫날에만 1만5000대의 계약대수를 기록, 이미 연내 목표인 2만4000대를 훨씬 웃도는 3만 대 이상의 누적 계약대수를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제네시스가 지난 1월 브랜드 최초로 내놓은 SUV GV80은 출시 첫날에만 1만5000대의 계약 대수를 기록한 데 이어 이미 연내 목표인 2만4000대를 훨씬 웃도는 3만 대 이상의 계약 대수를 기록했다. /이선화 기자

지난 2015년 11월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당시 수백여 명의 국내외 취재진 앞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 연사로 나선 정 수석부회장은 "전 세계 고급차 시장에서 입지를 견고히 하기 위해 또 하나의 새로운 출발에 나섰다. 한 차원 높은 새로운 명품의 가치를 제시, 시장의 변화와 고객에 기대에 부응할 것이다"라며 새 브랜드의 정체성과 경영 전략 등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브랜드 론칭 이후 수년 동안 제네시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거둔 성적은 아쉬웠다. 특히, 국내 고급차 시장에서 직접 경쟁을 벌이는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벤츠), BMW의 볼륨 모델의 판매량과 비교하면 더 큰 아쉬움을 남겼다.

실제로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해 벤츠의 'E클래스'는 국내 시장에서 모두 3만9782대(E300 1만3607대, E300 4MATIC 1만259대, E220d 4246대 등)가 판매되며 지난 2018년에 2년 연속 '베스트셀링 수입차' 자리를 지켰다.

반면, 같은 기간 'G80'은 국내 시장에서 2만2284대가 팔렸다. 상위 모델인 'G90' 판매량(1만7542대)을 더하더라도 3만9826대로 'E클래스'와 100대도 채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해외 시장에서도 고전은 이어졌다. 독일 브랜드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유럽 시장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급차 브랜드들의 진입장벽이 낮은 북미 시장에서도 일본의 '렉서스' 등에 밀려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은 지난 2015년 11월 제네시스 브랜드 론칭 행사에 참석, 수백여 명의 국내외 취재진 앞에서 새 브랜드의 정체성과 경영 전략 등 미래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더팩트 DB

그러나 올해 신형 모델 출시 이후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특히, 신형 'G80'가 계약 첫날 역대 기록인 2만2000대 계약건수를 기록한 지난 3월 제네시스의 활약은 눈부셨다. 해당 기간 브랜드별 판매실적을 살펴보면, 제네시스는 'GV80'가 3268대, 'G90' 1209대, 'G70' 1109대, 'G80'(구형 모델 546대 포함) 617대 등 모두 6203대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벤츠(4442대)와 BMW(2999대)의 기록을 모두 앞질렀다.

단순한 '신차효과'뿐만 아니라 '브랜드 홍보맨'을 자처한 정 수석부회장의 수년째 이어지는 전폭적인 지원 역시 제네시스의 성장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지난 2018년 9월 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주요 핵심 사업을 진두지휘해 온 정 수석부회장은 고급차 브랜드 출신 전문가를 잇달아 영입한 데 이어 북미 최대 스포츠 축제인 슈퍼볼과 연계한 마케팅과 미국 PGA 투어 '제네시스 오픈' 후원 등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를 중심으로 열띤 홍보전을 펼쳤다.

지난해 2월에는 미국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PGA투어 커미셔너 제이 모나한, 제네시스 오픈 대회 운영을 담당하는 타이거 우즈 재단의 타이거 우즈 등과 만나 제네시스가 타이틀 스폰서로 후원하는 '제네시스 오픈'을 '인비테이셔널' 대회 수준으로 격상하는 내용의 협약식을 체결한 바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2월 미국 리비에라 컨트리클럽에서 PGA투어 커미셔너 제이 모나한, 제네시스 오픈 대회 운영을 담당하는 타이거 우즈 재단의 타이거 우즈 등과 만나 제네시스가 타이틀 스폰서로 후원하는 제네시스 오픈을 인비테이셔널 대회 수준으로 격상하는 내용의 협약식을 체결했다. 정 수석부회장, PGA투어 커미셔너 제이 모나한, 타이거 우즈, 맨프레드 피츠제럴드 제네시스사업부 부사장(왼쪽부터) /제네시스 제공

여기에 'G80' 단일 모델에 이어 플래그십 세단 'G90', 엔트리 세단 'G70'에 이어 'GV80'에 이르기까지 꾸준한 라이업 확대 노력이 더해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전년 대비 두 배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한 제네시스는 같은 해 1월 'G70'이 '2019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JD파워의 내구품질조사(VDS) 평가에서 국내 완성차 브랜드 가운데 최초로 일본의 '렉서스'를 제치고 1위에 오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신형 'G80'의 경우 '카앤드라이버'와 '모터1', '잘롭닉' 등 글로벌 주요 자동차 전문 매체들로부터 실내외 디자인은 물론 파워트레인 성능과 편의사양 등에서 잇따라 호평을 받으며 흥행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높였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 내놓은 두 신차의 선전이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국내 고급차 시장에서의 제네시스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며 "특히, GV80 출시는 수년째 가장 시급한 해결과제로 꼽혀왔던 '경쟁 브랜드 대비 상대적으로 부족한 라인업' 문제를 해소하는 시발점이 됐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세단 3종과 SUV 2종, 전기차 1종 내연기관부터 친환경차까지 라인업을 늘리겠다고 공언한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할 만한 신차들의 출시가 뒷받침된다면 글로벌 고급차 시장 내 영향력도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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