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선 운항 없어 매출 회복 '난항'…상반기 피해액만 6조 육박
[더팩트|한예주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막혔던 국내 하늘길이 6일간의 황금연휴를 맞아 활기를 띠고 있지만 항공업계는 여전히 한숨만 내쉬고 있다. 국제선 운항이 사실상 '제로(0)'에 가까워진 상황에서 낙관적인 전망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대 성수기인 2분기까지 난기류가 이어져 항공사들의 상반기 실적이 암울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향후 두 달 내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종식이 선언되지 않는다면 문을 닫는 항공사가 나올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도 내놓고 있다.
◆ 국내선 회복됐지만 '숨통 트였다' 얘기 못 해
2일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황금연휴에 김포~제주 노선의 항공편 수가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6일까지 7일간 예정된 김포~제주 노선 출발·도착 항공편은 총 1670대, 일평균 238.6대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5월 초 연휴(5월 3∼6일) 동안 같은 노선 항공편 수가 일평균 252.5대였던 점과 비교하면 94.5% 수준까지 회복된 셈이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해지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완화되면서 제주행 여행객 수요가 되살아나자 항공사들이 항공편 투입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여전히 국제선 하늘길은 막힌 상황이라 '숨통이 트였다'고 얘기하기 힘들다는 게 항공사들의 입장이다.
실제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하는 여객 수는 5월 황금연휴에도 하루 5000여 명을 밑돌고 있다. 올해 초까지 인천공항의 일일 이용객 수는 20만 명을 넘는 수준이었다.
일본, 중국, 대만 등 5개 국제선 노선이 운영되는 김포공항 역시 현재 운항 중인 국제선 항공편이 없어 다음 달 3일까지는 국제선 운영 중단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은 국제선의 운항 재개 시점도 잇달아 연장했다. 이스타항공은 사업계획 변경 및 일본지역 입국 제한을 이유로 6월 말까지 모든 국제선의 운항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에어서울은 5월 말까지 모든 국제선의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티웨이항공도 대부분 국제선 운항 중단 기간을 5월 말에서 6월 초로 늘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빗장을 걸어 잠근 국가들이 많아 국제선은 사실상 운항이 거의 안 되고 있다"면서 "국제선 운항이 시작돼야 매출이 회복될 텐데 현재는 고정 비용만 한 달에 300억 원가량 나가고 있어 여전히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2분기 실적 전망 '암울'…업계 "상반기 회복 어려울 것"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름휴가가 껴있는 최대 성수기인 2분기 실적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2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액 2조1624억 원, 영업손실 2279억 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1분기 영업손실 전망치인 1678억 원보다 601억 원 적자가 늘어난 규모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지난 3월 국제선과 국내선 여객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7%, 70% 줄었다"며 "1분기의 경우 1월까지는 비교적 양호했는데 2분기는 3월 수준의 감소세가 내내 이어질 전망이라 적자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LCC(저비용항공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제주항공의 2분기 예상 매출액은 1630억 원, 영업손실은 688억 원으로 추산됐다. 1분기 영업손실 전망치 609억 원보다 79억 원 확대될 예정이다.
티웨이항공의 2분기 매출액은 1028억 원, 영업손실은 506억 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1분기 영업손실 전망치 379억 원보다 127억 원 늘어난 규모다. 에어부산도 2분기 10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항공사 매출 피해가 6조 원이 넘을 것이라면서 상반기 중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보다 2분기가 더 어려울 것"이라며 "2분기에는 운항 차질, 여객 수요 감소가 심화하면서 수송량이 재차 감소할 전망이고 여객 운임도 하락하면서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운임 감소 폭이 축소되는데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결국 고정비 부담이 확대되면서 실적이 악화될 것은 자명하다"고 판단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특히 LCC들은 국제선 운항 중단으로 매출이 뚝 끊긴 상황인데 고정 비용은 매달 300억 원 수준"이라며 "LCC에 대한 정부 지원책이 추가로 나오지 않는다면 줄도산이 현실화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정부는 최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3조 원 규모의 유동성을 긴급 수혈하기로 한 데 이어 LCC에 대한 추가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금융 당국 간에 온도 차가 있어 실제로 추가 지원이 이뤄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LCC 한 관계자는 "국제선 운항이 정상화된다 해도 개학 연기에 따른 방학 일수 감소, 연차 소진으로 인한 항공 수요가 부진할 수도 있다"면서 "정부 지원금이 여유롭지 않은 곳은 결국 폐업 수순을 밟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속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yj@tf.co.kr